"눈 열심히 치우세요^^" 위문편지 논란…여고생들 항변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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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논란의 위문편지. 온라인 캡처

인터넷상에서 확산하고 있는 논란의 위문편지. 온라인 캡처

군 장병을 놀리는 듯한 내용의 위문 편지가 인터넷에 확산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올려달라 해서 올린다'며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보낸 위문 편지가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 목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편지에서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군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며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편지는 지난달 30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글을 올린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더라"며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고 했다.

이 편지를 접한 네티즌들은 해당 고등학교의 구글, 카카오맵 등 리뷰에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 여고의 평점은 5점 만점에서 1점대로 떨어진 상태다. 리뷰에는 "명문여고였는데 이렇게 나락을 가버렸다. 한편으론 안타깝다" "지켜주는 군인을 비하하는 수준 알만하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편지를 쓴 학생은 현재 개인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성희롱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SNS에서는 해당 학생이 왜 이런 편지를 쓰게 됐는지 배경에 대해 재학생들의 해명이 나온다. 이 여고는 특정 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학교 측은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봉사 시간을 임의로 할애해 위문 편지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신상정보가 노출돼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해당 여고 재학생이라고 밝힌 트위터 이용자는 "저도 OO여고 2학년인데 쓸 때 당시 선생님께서 전에 어떤 선배가 쓴 편지를 보고 학교를 찾아온 군인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개인정보 적는 것도 금지시킨 이유가 실제로 남자들이 찾아와서 그런 것인데도 왜 지속하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학생들을 위한다면 이런 행사부터 금지시켜달라"고 주장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온라인 캡처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온라인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일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에 위문편지가 강요된 OO여고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 편지 주의점에는 명확하게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며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쓰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2만2000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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