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ICT ‘삼형제’ “1조 펀드 만들어 메타버스·AI 투자한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SK스퀘어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삼각편대’를 이뤄 세계무대에 공동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SK텔레콤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사피온’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3사가 공동 투자한다. AI·메타버스 등에 투자하기 위한 1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도 나선다.

사피온 해외 진출이 첫 미션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는 모바일과 정보통신기술(ICT)에 힘입어 메모리·시스템 모든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며 “향후 10년은 반도체가 ICT 전반으로 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T를 분할해 투자회사(SK스퀘어)와 세계적인 통신회사(SK텔레콤)가 됐고, 반도체회사(하이닉스)와도 시너지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데, 이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세팅(정비)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T의 분할로 투자(SK스퀘어)-통신(SKT)-반도체(SK하이닉스)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SKT ICT 연합의 첫 미션은 ‘사피온’의 해외 진출이다. 사피온은 SKT가 개발한 AI 반도체로, 딥러닝 연산 속도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1.5배 빠르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80%,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게 장점이다. 사피온은SKT(500억원)를 포함한 SK ICT 3사의 투자를 받아 미국법인인 ‘SK SAPEON’을 설립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이와 별도로 SK ICT 3사는 올해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 자본을 조성‧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굴지의 해외 투자자들과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여기서 조성된 돈으로 AI·메타버스·블록체인·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다.

이달부터 박정호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 협의체’도 운영한다. 국내외 반도체·ICT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 투자·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하이닉스는 미주 R&D센터 건립  

유영상 사장은 “SK사피온에 대한 공동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기반으로 AI 인텔리전스‧커넥티비티가 결합한 미래 지향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T는 T우주‧이프랜드‧AI 에이전트 등 서비스 혁신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의 일환으로 미주 사업조직을 신설하고, 미주 R&D센터를 건립한다. 최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해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확보한 상태다. 이석희 사장은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글로벌 ICT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첨단 기술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를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SK이노 “탄소중립 통근·출장” 선언

한편 김준 부회장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6일(현지시간) CES 2022 현지에서 올해 첫 전략회의를 열었다. 김 부회장은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카본 투 그린(친환경사업으로의 전환)’의 최종 종착지인 넷제로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 부회장(맨왼쪽) 등 SK이노베이션 주요 경영진들은 6일(현지시간) 열린 경영전략 회의에서 올해 경영 화두를 '탄소중립'으로 정하고, 계열사들의 탄소 중립 전략과 실행 계획을 점검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이날 이 회사 경영진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탄소중립 통근·출장’ 도입을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의 출퇴근과 국내·외 출장에서 발생하는 한해 약 1.2만t 규모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0’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이 회사가 산림파괴 방지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이용해 상쇄시키는 것이다. 김우경 SK이노 PR담당은 “이는 여의도의 3배 크기 면적에 산림 조성을 해야 가능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