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파병 “시끌벅적”/일 정가 임시국회 앞두고 헌법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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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화협력대」는 위헌 아니다” 총리/“전내각 답변 뒤엎는 격” 공격 야당
『자위대의 해외파병은 유엔이 내세우고 있는 집단적 안전보장을 위해서라면 가능하다.』
일본 정부ㆍ자민당은 16일 임시국회에 제출한 유엔평화협력 법안이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한 일본 헌법과 상충됨을 의식,헌법은 집단적 자위권을 금하고 있는 것이지 집단안보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해석까지 내려 일본 조야에 헌법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이후 총리는 15일 총리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평화협정 법안과 관련,『집단안보와 집단적 자위권은 다르다. 장래에 필요한 논의도 국회답변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가 헌법해석에 구애되지 않고 유엔군에 무장자위대 참가도 가능하다는 적극의사를 그는 분명히 했다.
이 해석은 지난 54년 6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채택된 자위대의 해외출동을 금지하는 국회결의와 1백80도 해석을 달리할 뿐 아니라 80년 10월28일 스즈키(영목) 총리 당시의 정부답변서에 나타난 자위대의 「유엔군 참가는 불가」라는 해석도 뒤엎어 버리는 것으로 일본 정부의 무원칙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국회는 54년 자위대 창설 직후 『현행 헌법과 우리 국민의 치열한 평화애호정신에 비추어 해외출동은 이를 행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결의한 바 있으며 당시 방위청 장관은 이를 받아 『자위대는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간접의 침략에 대해 방위하는 것이 임무』라고 표명한 후 『해외파견의 목적은 갖지 않는다』는 정부측 소신을 밝혔었다.
한편 스즈키내각은 80년 10월 『이른바 유엔군은 개개사례에 따라 그 목적ㆍ임무가 다르므로 이에 대한 참가여부를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지만 자위대가 이에 참가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자위대의 유엔군 참가가 위헌임을 분명히 했었다.
가이후 총리의 새로운 해석은 총리 자신의 것이라기 보다 오자와(소택) 자민당 간사장 등 당내 실력자들이 『유엔군 참가라면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견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며 일본 외무성도 이같은 당내 매파 국방족들의 견해를 수용,국회 「답변요령」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답변지침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격렬한 야당의 「위헌」 논쟁에 대비한 것으로 유엔군에의 자위대 참가가 합법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요령은 논거로 ①최근의 긴장완화로 유엔안보리 합의가 성립되기 쉬워졌으며 유엔의 집단 안전보장제도에 근거해 평화유지 기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발휘될 기운이 무르익었다 ②집단적 안전보장과 헌법이 금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과는 전혀 다른제도다 ③일본의 국제적 지위의 향상과 책임의 증대를 고려,국제평화 유지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연구하고 있지만 정부내에서 조정ㆍ검토가 필요하므로 특정의 결론에 달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종래 자위대 해외파견에 대해 아시아 인접국의 불안을 고려,신중한 자세를 취해오던 외무성이 이처럼 「해외파병」을 뒷받침하는 적극자세로 「전향」한 데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따르는 일본 국내의 의견대립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 정치소식통은 지난 60년 「안보논쟁」을 재현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가이후 총리도 이 법안이 국회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정치적으로 입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일찍부터 「11월 위기설」이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 경제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 국내의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세대간ㆍ지지정당 별로 크게 찬반이 엇갈려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자위대 해외파견 문제에 대해 「파견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48.5%로 절반에 가깝고 「비무장이라는 조건으로 파견」(28.4%) 「무장한 지위관도 파견」(10.9%)으로 파견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파견부정파」의 비율이 많은 세대는 40대로서 54.3%,30대도 53.8%인데 반해 「무장파견」을 인정하는 사람은 20대가 가장 많아 16.5%를 차지한다.
특히 20대의 경우 「비무장파견」 30.7%를 합치면 「파견긍정파」는 47.2%로 전전사정으로 모르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 「경제대국→군사대국」으로의 보수우익 성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60대의 노령층도 무장ㆍ비무장을 합쳐 파견긍정파가 43.6%로 파견부정파 40.5%를 상회,「전쟁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이들 의식의 저변에 깔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평화협력대」 법안
일본정부가 마련,15일 자민당의 승인을 받은 「유엔평화협력법안」의 골자.
▲(목적)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해 유엔결의에 따라 행해지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과 그 외의 활동에 대해 적절하고 신속한 협력을 하기위해 유엔평화협력대를 창설한다.
▲(협력의 기본원칙) 평화협력대의 해외파견을 포함한 평화협력 업무실시 및 그 외의 전항규정에 의거한 행위는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행사에 해당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유엔평화협력회의의 설치) 평화협력업무 및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행해지는 유엔결의에의 대처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관으로서 내각에 유엔평화협력회의를 둔다.
▲(유엔평화협력본부) 총리부에 유엔평화협력본부를 둔다.
▲(행정기관 직원의 평화협력대 파견) 평화협력대원으로서 임명된 행정기관의 직원은 대원의 직책과 행정기관의 직책을 겸임한다.
▲(자위대에 대한 참가요청) 방위청 장관은 본부장(총리)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부대등 또는 자위대원을 평화협력대에 참가시킬 수 있다. 파병되는 자위대원은 자위대원과 평화협력대원의 신분을 병임한다.
▲(*일본 정부의 삽입조항) 본부장은 유엔평화협력대원의 생명 또는 신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소형무기를 대원에게 대여한다. 무기를 대여받은 대원은 자위를 위해 부득이하고 동시에 합리적이라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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