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터진 교류 새 결실 기대/2차 총리회담 남 대표단 내일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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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평양무대 개방과시 가능성/유엔가입 조건부 합의 할 수도
16일부터 평양에서 시작되는 2차 남북고위급회담은 서울회담 이후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급변한 데다 여러 분야에서 남북한간의 접촉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져 서울회담보다 어느 정도 진전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차 회담 이후 큰 변화로는 ▲한소 수교 ▲한중 무역사무소 개설합의 ▲북한­일 수교접근 ▲김일성의 중국방문 등을 들수 있고,남북한간에도 ▲아시안게임 공동응원과 남북통일축구 ▲체육회담 재개 ▲범민족통일음악제 ▲뉴욕영화제 등의 우호적인 접촉이 있었다.
이에 따라 1차 회담이 남북 총리의 「상견례」 성격이었다면 2차 회담은 본질적인 문제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여 상호이견을 좁히기 위한 실질토의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특히 일본과의 수교를 결정한 북한측에 「남한의 체제인정」,즉 북한이 그동안 고수해온 「하나의 조선」 정책을 포기토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 분명하다.
이는 북한이 북­일본 수교에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하나의 조선」 정책을 수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측은 이번 회담에서 전반적으로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겠지만 특정의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북한 스스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섰고 또한 그들의 맹방이었던 소련과 중국의 태도변화에 따라 대남 관계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내부적으로는 갖기 시작했다는 근거에서다.
더구나 남북고위급회담은 김일성 주석의 「통일 5대방침」에 포함된 사항으로 북한에서의 「통일열기」 조성의 일환으로 필요한 소재다.
북한은 이에 따라 한국대표단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의도적으로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합의 접근가능성이 가장 큰 안건은 유엔 가입문제라고 할수 있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이 「단일의석 가입은 곤란하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북한측이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은 「동시가입하되 한반도 및 통일관련사항은 사전에 합의한다」는 것이 유력하다.
즉 다른 나라의 유엔 가입문제 등에 대해선 별도로 주권을 행사하되 남북한에 관련된 문제는 합의를 거쳐 동등하게 주권을 행사하자는 것이다.
우리측은 북측과의 막후대화,특히 강영훈 총리의 김 주석 면담 등을 통해 체제인정ㆍ유엔가입ㆍ경제협력 등에 대한 북측의 진의를 파악,신축성있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북측이 만약 유연성을 보인다면 유엔 단독가입 보류,정치ㆍ군사문제의 우선적 논의,팀스피리트훈련의 대폭적 감축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담은 북측이 3대 선결과제를 고집하면 실질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태도변화를 일으킨다면 새로운 국면으로 남북 관계가 급진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유엔문제에서 보이듯 이중정책으로 나와 회담자체를 고착시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는 북한이 일본과 수교에 합의하는 등 대외관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대남정책에서만은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우려다.
금년 1월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부터 최근의 노동당창건 45주년 행사에 이르기까지 10여 차례에 걸친 각종 집회나 회담에서 행한 북한 고위층의 연설에서도 그러한 우려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즉 남한실체 부정,고려연방제로의 통일,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콘크리트장벽 철폐,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유엔 단일의석 가입 등 기본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도 유엔 단일의석 가입,팀스피리트 중지,방북인사 석방 등 소위 3대 선결과제를 얼마만큼의 강도를 갖고 내세우는가가 회담 분위기를 결정할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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