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기업 반도체 첨단기술 중국에 넘겨...업체 대표 등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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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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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 첨단기술을 중국 업체에 팔아넘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김남훈)는 22일 국내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제조를 위한 실리콘 소재 기판) 제조업체인 A사의 첨단기술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유출한 장비업체 B사 대표와 연구소장 등 4명을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A사 기술을 빼돌려 중국 C사에 준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 분야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 업체로, 2019년 기준 연매출 1조54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웨이퍼 판매량의 약 17% 규모다.

B사가 A사 반도체 웨이퍼 관련 첨단기술을 얻게 된 것은 A사 출신 임원을 영입하면서다. 해당 임원은 A사를 나오면서 무단으로 첨단기술을 반출해 B사에 넘겼고, B사는 거래업체인 중국 C사에 해당 기술을 누설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웨이퍼 제조를 위한 핵심 설비인 ‘핫존(Hot Zone)’ 설계도면으로 파악됐다.

핫존 설계도면은 A사에서 수년에 걸쳐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완성한 첨단기술이자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중국 신생 반도체 업체인 C사는 단기간에 기술 장벽을 넘어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실제 2014년 6월 설립된 C사는 범행 직후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약 61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B사는 2015년 기준 매출이 9억2000만원 상당에 불과했지만, 첨단기술을 C사로 넘겨준 뒤인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6822만 달러(한화 약 809억원) 상당의 장비를 수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국외 유출은 세계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며 “앞으로도 국내 기간산업의 국가핵심기술, 첨단기술 국외 유출 사범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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