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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헬기 수리온,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로 진화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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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호 22면

KAI 차세대 무기 개발·제조 현장 

미사일과 로켓포, 기관포 등으로 무장하고 강력한 추력의 엔진과 기동작전 능력을 갖춘 해병대 상륙공격헬기(MAH)가 입체적인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상상도.

미사일과 로켓포, 기관포 등으로 무장하고 강력한 추력의 엔진과 기동작전 능력을 갖춘 해병대 상륙공격헬기(MAH)가 입체적인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상상도.

한국산 수리온 헬기는 생각보다 날렵하게 움직였다. 이달 초 경남 사천의 한국우주항공산업(KAI)에서 탑승한 수리온 의무 헬기는 이륙부터 경쾌했다.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며 헤드셋을 쓰자 소음까지 차단됐다. 인근 사천만으로 향한 수리온은 거친 바다 상공에서 다양한 기능을 거뜬하게 해냈다. GPS에 경로를 입력하자 자동비행이 시작됐다. 공중에서 정지해 고도를 높였다 낮췄다 하는 공중정지 비행도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해상·수중·해저에서 아군 선박을 노리는 적의 기뢰를 탐지·제거하는 소해 작전을 위한 필수 기능이다. 은밀하게 우리 바다에 접근하는 외부의 잠수함·잠수정에 대응하는 대잠 작전에서도 필수적인 능력이다. 바다 쪽으로 급속 하강하자 고도를 알리는 자동 경보가 계속 울렸다. 생존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다.

이윽고 남해 창선도 상공으로 진입한 수리온은 곧이어 공중돌격 기동에 들어갔다. 지상의 적 세력을 격멸하기 위해 고속으로 비행하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기동이다. 수리온은 기울어진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하강하다가 좌우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적의 대공포화를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도 이어졌다. 헬기가 급속하게 한쪽으로 쏠렸지만, 비행은 안정적이었으며 흔들림도 없었다. 조종사는 상륙작전에서 필수적인 고속기동 비행의 맛보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상대로 첫 승전을 거뒀던 사천만 상공에서 한국이 개발한 헬기의 작전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KAI는 국산 헬기인 수리온을 플랫폼으로 하는 최초의 공격헬기인 해병대 상륙공격헬기(MAH)를 개발 중이다. KAI의 문석주 회전익사업부문장은 “이미 수리온(육군)·마린온(해군)·의무헬기를 개발해 운용하면서 육상·해상·함상 작전 능력이 검증된 마린온을 바탕으로 무장 체계와 운용 시스템을 통합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부문의 배기홍 상무는 “개발 과정에서 그간 외국에 의존했던 동력전달장치와 자동비행조종장치 등 핵심 기술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하고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전익(헬기)의 3대 기술 중 로터로 불리는 날개 기술은 이미 확보했으며 이번에 나머지 두 가지도 국산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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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이 탑재한 공중발사드론(ALE)을 발사해 유·무인 합동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수리온이 탑재한 공중발사드론(ALE)을 발사해 유·무인 합동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수리온이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해병대 상륙공격형 헬기로 진화하고 있는 현장인 경남 사천의 KAI  회전익기 전담 생산기지를 찾았다. 김건한 회전익 개발사업 관리실장은 “2030년까지 수리온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상륙공격형 헬기로 진화하는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회전익기 건물의 한쪽에선 해외 인력과 협력해 핵심부품 개발이 한창이었다. 국제협력과 자체 개발로 동력전달장치·자동비행조종장치 등 핵심기술을 완벽하게 우리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선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로터가 보였다. 이 부문 최고 엔지니어(CE)인 이상백 전무는 “기술 이전이란 가진 측이 무턱대고 넘겨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받는 측이 실력과 열정만큼 흡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1조3000억을 들여 수리온을 개발해 세계 11번째 자체 헬기 개발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높은 국산화율과 함께 헬기의 진화를 이끄는 도약의 현장이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문 부문장은 “상륙공격헬기 개발은 경제적 산업 연관 효과도 크다”며 “이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헬기 개발·제조 생태계를 구축해 산업파급 효과 35조원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5만7000명의 고용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윤제 수리온 사업팀장은 “정보통합 시대를 이끄는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미래 군사환경에 도전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지난 1일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항공단 창설식이 열린 것도 이러한 흐름과 이어진다. 해병대의 자체 항공부대가 없어진 지 48년 만에 항공단으로 되살아났다.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항공단이 국가전략기동군으로 임무를 수행할 ‘공지 기동 해병대’의 강력한 날개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해병대 항공단 창설은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이 바탕이 됐다. 해병대 항공단은 기동헬기 2개 대대와 공격헬기 1개 대대 등 3개 비행대대와 관제대, 정비대로 이뤄진다. 전시 상륙작전, 국가전략도서 방어, 신속대응, 재해·재난지원 작전 등에 투입된다. 해병대는 상륙기동헬기를 매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국내 연구개발로 개발 중인 상륙공격헬기도 전력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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