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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중국 가전 '저가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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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하이얼이 올 3월 혼수 특별행사를 통해 42인치 LCD TV를 278만9000원에 판매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8개월 만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135만~150만원 선인 42인치 PDP TV보다 LCD 가격이 더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주입한 가스에 고전압을 걸어 빛을 내는 방식인 PDP는 대형으로 만드는 데 유리하다.

LCD는 액정을 제어하기 위한 반도체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게 만들수록 비싸진다. 올 초까지만 해도 40인치 이상에서는 PDP가 싸다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서 7세대 라인을 가동하면서 뒤집혀 버린 것이다.

◆'중국산 인식 바꾸겠다'(하이얼)=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가운데 하나인 하이얼은 2004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세탁기.에어컨 등을 선보였으나 10만원 이하에 팔리는 미니 냉장고를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가격은 10% 정도 저렴했지만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런 선입견을 뒤집겠다는 각오다. 황금구 하이얼코리아 영업부장은 "대만산이 아닌 국산 패널을 사용하고 조립도 한국 OEM 업체가 맡아 품질은 한국 대기업 제품에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하이얼은 올 5월부터 전국에 32개 직영 애프터서비스(AS) 센터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의 품질은 아직 국산과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모델에 집중한다'(삼성.LG)=국내 대기업들은 직접적인 가격 대응은 피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풀HD LCD TV인 모젤이나 LG전자의 풀HD 제품처럼 40인치급이 300만원 전후에 팔리는 고급 모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소니코리아도 이날 풀HD인 브라비아 X2000을 450만원(40인치 기준)에 내놨다. 업계에서는 대기업과는 달리 전문업체들은 하이얼과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공세는 TV뿐만이 아니다=50만원 이하의 중국산 노트북 PC도 등장했다. 하시컴퓨터는 온라인 장터인 G마켓(www.gmarket.co.kr)과 공동으로 신형 '제갈량 K310' 모델을 47만원대에 내놨다. 프로세서는 보급형 셀러론이지만 14.1인치 와이드 모니터에 40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TV출력 단자, 5.1채널 사운드 출력 등 저가형치고는 충실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췄다. 비슷한 사양의 대기업 제품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이다. PC 전문업체인 현주컴퓨터 제품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운영체제(OS)인 윈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제품의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쓰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저렴한 것으로 몇 년 쓰다가 더 좋은 것으로 바꾸자'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중국산이라 해도 값이 절반 수준이라면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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