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값 폭락 … 農心 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돼지 값 폭락으로 양돈 농가들이 울상이다. 익산시 왕궁면에서 돼지 1천여마리를 기르는 이모(56)씨는 요즘 나오는 게 한숨뿐이다.농협에서 빌린 영농자금 2천만원을 갚아야 할 때가 됐으나 돼지 값이 폭락해 돈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돼지 값이 생산비도 못 건질 만큼 폭락해 대부분의 기업형 양돈농가들이 부도 위기에 놓였다"며 정부의 특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와 양돈농가들에 따르면 돼지는 요즘 1백㎏짜리가 13만원대에 출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 23만여원에 비해 10만원 가량 낮고, 평균 사육비 16만7천원에도 못 미친다. 돼지 값은 지난 7월 말 20만원 안팎에서 8월 18만원대로 떨어지더니 13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 길이 막힌 데다 올들어 돼지 콜레라마저 발생해 소비자들이 먹기를 꺼리고 경기 침체까지 겹쳐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광식 농협 전북본부 축산경제과장은 "올들어 전북도내 돼지고기 하루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줄었다"며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돼지 값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돼지 값 폭락에 따라 양돈농가들은 영농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를 위한 채권 확보에 들어가 기업형 양돈농가들은 줄 도산이 우려된다.

김모(49.김제시 용지면)씨는 "올해 돼지 1백여마리를 키우는 데 사료값 등 생산비가 1천6백여만원 들어갔으나 지금 돼지를 모두 팔아도 1천3백만원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