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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도전 시사한 조희연 "만 4~5세 유아학교서 의무교육하자"

중앙일보

입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만 4~5세 아동에 대한 의무교육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교육감 선거 출마에 말을 아껴왔던 조 교육감은 '역할이 남아있다'며 3선 도전을 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아·초등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질 높은 출발선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국가 교육 정책 결정 권한을 쥔 교육부와 차기 대선후보들에게 조 교육감이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4~5세는 유아학교, 0~3세는 어린이집에서"

서울시 방배근린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지난 12일 서초형 공유어린이집(권역별 어린이집 공동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숲체험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시 방배근린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지난 12일 서초형 공유어린이집(권역별 어린이집 공동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숲체험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 교육감은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제한된 의무교육 대상을 만 4~5세(한국 나이 6~7세 해당) 아동으로 넓히자고 제안했다. 2012년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가 표준 교육인 '누리 과정'이 도입됐지만, 국가가 운영·재정을 책임지는 의무교육과는 다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혼재된 지금의 유아교육을 꼬집은 조 교육감은 나이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분리하자고 말했다. 0세부터 만 3세까지의 어린이는 어린이집이 맡고, 만 4~5세 아동은 유치원이 담당하는 방안이다.

아동 교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구조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각각 보건복지부·교육부로 담당 부처가 다르다. 적용되는 법률도 달라 운영 방식과 교육에 편차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교육감은 만 4~5세 교육을 맡는 유치원의 이름도 아예 유아학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 이런 내용의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올라가 있다. 조 교육감은 "유치원은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용어"라며 "유아교육을 유·초·중·고 체제에 포함하기 위해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예산 3조5000억원...교사 처우도 쟁점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이들이 사용할 교구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이들이 사용할 교구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만 4~5세 아동 의무교육 도입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추산에 따르면 전국에 도입하는데 약 3조 48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공·사립 유치원의 표준 유아교육비를 전체 아동 수로 곱한 수치이기 때문에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처우 문제도 있다. 아동 교육은 의무교육에 편입하면, 사립유치원 교사 등도 사립학교 교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될 수 있다. 많은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이 의무교육에 들어가면, 종사자도 공립 수준의 처우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또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학생 수를 20명 밑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초1 교실 중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교실은 39.1%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급 증설 등을 통해 내년에 이 수치를 56.6%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내 역할 남아"...3선 도전 신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조 교육감은 내년 6월 교육감 선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유아교육 개편, 이걸 고민하다 보니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을 받았다"며 "교육 대전환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 내 역할이 더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선인 조 교육감은 꾸준히 3선 도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출마에는 말을 아껴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되면서 출마 포기를 점치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대규모 교육 정책을 내놓으면서 3선 출마를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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