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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엔 각종 탑ㆍ건물 즐비/축구대표단 평양체류 이틀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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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잔잔한 대동강 곳곳에 낚시꾼들/「창당」경축무도회 한국선수단은 초청대상서 제외/서울의 신문 본 북기자 “매우 사실에 근거했구먼”
○세계대회서 1위차지
○…한국축구선수단과 기자단은 10일 오후 4시부터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평양 교예(서커스)극장에서 열린 평양교예단 공연을 관람.
평양교예단은 세계대회에서 여러차례 1위를 차지한 요술(마술),널뛰기,전회비행(공중트라피드)팀등이 소속된 북한의 가장 뛰어난 교예단.
정동성 체육부장관등 한국선수단 일행이 교예극장에 들어서자 출연자들은 문앞까지 나와 반갑다고 인사했고 극장안에 미리 입장했던 관람객들은 기립박수.
○“곰권투 수준급”평가
○…이날 평양교예단의 공연은 수중조형(수중발레)과 서커스를 섞은 것.
수중조형으로부터 시작해 외바퀴자전커타기,빙상비둘기조형(비둘기를 머리와 어깨에 태워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것),빙상집체조형,곰들이 싸우는 권투,널뛰기,전회비행등으로 한시간반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측 관람객들은 곰권투,널뛰기,전회비행등은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세계 수준급이라고 평가.
특히 묘향산 곰과 칠보산 곰이 사각링에서 벌이는 3회전 권투는 곰이 글러브를 낀 두앞다리로 상대를 공격하고 매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링사이드에 돌아가 코치의 지도를 받는가 하면 한마리가 다운을 당한 뒤 카운트 다섯을 셀때 일어나 주심에게 계속 싸우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경기후 판정으로 진 칠보산곰이 심판판정에 항의하는 연기까지 해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5천여쌍이 군무펼쳐
○…이날밤 김일성광장에서는 노동당창당 45주년기념 경축무도회가 성대하게 베풀어졌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을 비롯한 1백25개국 경축사절단과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펼쳐진 경축무도회에는 원색차림의 남녀 5천여쌍이 참가,휘파람등 댄스 뮤직에 맞춰 군무를 펼쳤다.
북한 중앙 TV는 이날밤 7시30분부터 경축무도회 행사를 생방송으로 방영했으나 한국축구선수단과 기자단은 초청대상에서 제외.
○어지러운 「구호」간판
○…평양은 서울처럼 어지러운 상점간판 대신 길가 건물마다 각종 구호로 장식된 것이 특색. 구호는 노동당과 김일성ㆍ김정일을 찬양하거나 사회주의 제도의 장점 선전,시민들을 독려하는 내용이 대부분.
「주체」라는 두 글자에서부터 「위대한 수령동지의 주체사상에 기초한 전당과 전체인민의 통일ㆍ단결ㆍ만세」처럼 긴 것도 있다.
10일 한국기자단과 선수단 임원을 태운 차량이 지나간 붉은 거리,창광거리,광복거리,낙원거리,청춘거리의 건물에 걸린 구호들은 「위대한 김일성동지 만세」「김일성원수님 고맙습니다」「조선노동당만세」「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 만세」「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우리는 행복해요」「위대한 김일성동지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등등.
한편 평양시내 상점들의 간판은 모두 국영상점이기 때문인지 요란스럽지 않게 한개씩만 걸려 있는데 물고기 상점,온반집,남세상점,섬유잡화상점,신약국,순두부국집,우표상점,공업품상점,신발상점,내포(내장)국집,생선만두국집,종합(시계ㆍTVㆍ라디오 등)수리,꽃금붕어집,단고기(개고기)상점,녹화테이프상점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보통강에는 놀이배도
○…대동강물은 마치 저수지같이 잔잔했다. 또 보통강에는 놀이배가 떠다녔고 낚시꾼들이 군데군데 진을 치고 있었다.
평양시내를 관통하는 두개의 강 대동강과 보통강에는 휴일인 10일 나들이 행렬이 제법 많았는데 강은 맑고 푸르러 무척 잘 관리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두 강변은 석축으로 쌓여 있었는데 고수부지엔 꽃과 나무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평양시민 2백만명이 휴식처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자랑.
북측 안내원들은 예전엔 보통강이 홍수때마다 넘쳐 피해가 컸으나 10여년전부터 치수사업으로 전혀 문제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동강변,특히 보통강쪽에 낚시꾼이 많았는데 주로 잡히는 고기는 잉어ㆍ붕어.
한편 모란봉은 예전과 달리 봉기슭 곳곳에 건물과 탑이 들어서 경관이 옛보다 못해졌다.
을밀대ㆍ청류정ㆍ최성대 등은 옛 그대로 있으나 산밑으로 터널이 뚫리고 산꼭대기에는 TV중계탑(높이 2백80m)과 주체사상탑등이,또 위쪽기슭엔 김일성 종합대학(22층ㆍ1백5m)의 주건물이 들어서 모란봉은 옛보다 초라하게 비쳤다.
○우리도 대서특필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이 10일 저녁 7시쯤 판문점을 통해 파우치편으로 처음 이곳 한국선수단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에 도착하자 북측기자들은 『우리도 1면에 대서특필했는데 서울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들도 크게 다뤘구만』이라면서 『이번에 온 기자들은 매우 사실에 근거하여 보도했구먼』이라고 칭찬.
북측기자들은 한국기자들의 보도내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서울이 신문보도를 잘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안도하는 모습들.
○화면ㆍ해설없이 보도
○…북한 노동당기관지 로동신문은 7일 조간에서 한국선수단과 기자단이 평양에 도착한 사실을 7면과 8면(모두 8면발행)에 비교적 상세히 보도.
로동신문은 「북남 통일축구경기에 참가할 남측선수단이 평양에 도착,수많은 군중들 거리에 떨쳐 나가 열렬히 환영」제하로 3단 기사와 함께 사진을 게재.
이 신문은 또 9일자에도 축구선수단 소식을 보도했으며 민주조선등 북한의 다른 신문들도 크게 보도.
한편 북한 중앙 TV는 10일 저녁 7시 뉴스시간에 남북축구경기를 위해 9일 평양에 도착한 한국선수단의 방북소식을 화면이나 해설없이 사실보도로만 간단히 처리.
또 북한의 신문과 방송들은 10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민족음악제(16일 개막)참석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이 완전 합의를 이뤄 남조선대표단 17명이 오는 14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평양을 방문하게 됐다고 화면없이 짤막하게 전했다.
○시민들 못만나게 저지
○…통일축구대회를 취재키 위해 평양에 온 한국기자들이 취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오전 한국 체육부 관계자가 밝힌 이날 취재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국선수단과 함께 운동장에 가 선수들의 훈련을 취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국기자들은 북측 실무책임자인 김형진 국가체육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취재를 보다 자유롭게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부위원장은 『남쪽 실무자가 남쪽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막고 있다』고 대답해 한국 기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김부위원장은 『이날 0시30분부터 2시간동안 남북 실무자들이 취재일정 협상을 했는데 남쪽 실무자가 취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기자들이 한국측 실무자에게 김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우리측 관계자는 『북측에서 10일 오전중에 애국열사등이 있는 대성산,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등을 방문하도록 한국선수단 임원 및 취재기자들에게 요구해 왔으나 지나치게 북측 입장만 생각하는 일정을 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일낮 정동성 체육부장관과 기자들은 승용차와 버스를 나눠타고 평양시내를 차 안에서만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북측 안내원은 한국기자들이 버스가 일단 정지하는 틈을 타 평양시민들과 만나려 하자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가로막았다.
○「굶주린다」대답 없어져
○…『보지못한 이상 못산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네까.』
5년전 고향방문단 교환 당시 『남쪽어린이들이 어떻게 산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미국놈들 깡통얻어 먹으며 헐벗고 굶주리며 산다』고 대답했던 북한어린이들이 이제는 더이상 그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10일 낮 한국선수단 기자단 숙소인 고려호텔 앞을 지나던 김종철군(17ㆍ냉천중 6년)은 『남조선 어린이들이 못산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접 보지못해 잘 모르지만 그런대로 살고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고 김군의 동생 김종옥양(10ㆍ새살림인민학교 3년)은 『남조선어린이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므로 세계에서 제일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년들도 답변하길 꺼리다 『남조선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처럼 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평양=전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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