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둔화 속의 인플레 경고/IMF의 한국경제 진단(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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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 개최되는 IMF이사회에 제출할 「한국경제 연차협의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수출증대에 의한 성장회복세 유지와 인플레 억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을 나름대로 제시한 이 보고서의 내용은 그동안 국내에서 전개돼온 경제관련 논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나 한국경제가 앞으로 빠져들지도 모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이기에 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가 진단한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적정성장 회복기반의 불안정,소비와 건설에 의해 주도돼온 내수증가,인력수급의 불균형,생산능력의 한계직면,그리고 인플레 압력 등으로 요약된다.
IMF보고서가 경제전망 부문에서 제시한 금년도의 경제성장률 8.8%와 내년도 성장률 6.9%는 대체로 수긍이 가는 수준이지만 금년과 내년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9.5%씩으로 내다본 것과 금년도의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 대목은 현실성을 결여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볼 수도 있다.
IMF보고서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통화 및 재정의 긴축을 권고한 대목이다.
특히 재정긴축에 대한 권고를 곧잘 긴축쪽으로 기울어지는 선진국형의 정책발상이 IMF의 권고에 깃들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경제를 에워싼 제반 여건을 살펴볼 때 이번만은 이 권고를 정책당국이 보다 진지하게 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바람이다.
심각한 유가의 동요,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몰고올 개방의 돌풍 등 경제환경의 급변과 관련하여 내년도의 경제운용계획은 전면 재조정돼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최근 경제정책당국은 새로운 요인들을 반영한 새해 경제운용계획의 실무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작업과정에서는 불급한 재정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내년도 예산의 손질이 반드시 가해져야 할 것이다. 페르시아만 사태가 던질 충격의 심도와 파장을 생각하면 유가앙등의 파문이 있기 전에 작성된 예산을 새로운 현실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경제를 어렵게 하는 악조건들이 세차게 밀어닥치는 때일수록 정부는 상충하는 정책목표의 우선순위 조정과 정책수단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일단 결론이 얻어진 후에는 제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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