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혼자가 아니다” EU 대표단 첫 방문…반응 참는 中 왜?

중앙일보

입력

유럽의회 ‘허위 정보ㆍ외세 간섭 특별위원회’(INGE)가 지난 4일 대만 대통령궁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했다. [AP=연합]

유럽의회 ‘허위 정보ㆍ외세 간섭 특별위원회’(INGE)가 지난 4일 대만 대통령궁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했다. [AP=연합]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대만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EU 유럽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처음으로 대만을 공식방문했다. EU가 대만과 협력을 행동으로 옮기며 중국 견제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미 고위직의 대만 방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중국은 강한 비난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27개 회원국이 있는 EU까지 돌아설 경우 서방국가 대부분을 적으로 돌려세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 대만과 같은 진영 표명할 때"

유럽의회 공식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AP=연합]

유럽의회 공식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AP=연합]

유럽의회 ‘허위 정보ㆍ외세 간섭 특별위원회’(INGE)는 4일 대만 대통령궁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접견했다. 유럽의회 공식 대표단이 대만에 파견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유럽의회 의원인 라파엘 글뤼크스만 위원장은 공개 연설을 통해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유럽은 대만과 같은 전선에 서서 자유와 법치, 인류의 존엄을 함께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단이 여러 국가와 정당 그룹에서 왔지만 공통점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고위급 교류의 시작이며 이제 EU가 대만과의 협력을 심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표단에는 프랑스ㆍ이탈리아ㆍ체코ㆍ오스트리아ㆍ그리스ㆍ리투아니아 등 유럽의회 의원 7명이 포함됐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도 빠지지 않았다. 글뤼크스만 위원장은 “현재 EU도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지금이 EU가 대만과 같은 진영에 있음을 표명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달 유럽의회가 EU-대만 협력 결의안을 처음으로 통과시키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대만에 돌아왔다”며 “허위 정보에 맞서는 민주동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21일 유럽의회는 대만과의 투자협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그러면서 “대만이 미국, 일본과 공동으로 설립한 ‘글로벌 협력 프레임워크’에 호주도 파트너로 참가했다. 더 많은 국가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압박이 커질수록 역으로 대만의 협력 국가는 더 늘고 있는 셈이다.

중국, "EU에 엄중 교섭 요청" 그러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신경진 기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신경진 기자

중국 정부의 대응은 예상보다는 온건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유럽의회 의원들의 대만 방문에 반대하며 유럽 측에 엄중한 교섭을 요청했다”면서도 “대만 문제에 신중하게 대처해 중-유럽 관계 발전의 정치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유럽 관계에 미칠 여파를 먼저 우려하는 뉘앙스다. 미국 고위급 대만 방문시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국립대만대 정치학과 타오이펀(陶儀芬) 교수는 “중국의 관행이 서구와 충돌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기대는 지난 몇년간 심각한 환멸에 직면해 대만에 더 우호적이거나 관계를 강화하는 관행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이 모든 도구를 사용해 대만의 대중 담론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EU의 이번 대만행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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