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독·사장·단장 다 바꾸는 9위 KIA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올 시즌을 9위로 마친 KIA가 사장, 단장, 감독을 한꺼번에 교체한다. [연합뉴스]

올 시즌을 9위로 마친 KIA가 사장, 단장, 감독을 한꺼번에 교체한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가 새 판을 짠다. 계약 기간 1년을 남겨둔 맷 윌리엄스(56) 감독과 결별했다. 대표이사와 단장도 새로 선임하기로 했다.

KIA는 1일 “윌리엄스 감독과 상호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KIA는 올 시즌 58승 10무 76패로 부진해 KBO리그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최근 3시즌(2019~2021)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구단은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KIA는 이른 시일 안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오는 4일 시작하는 마무리 훈련은 김종국 수석 코치가 지휘한다. 퓨처스(2군)팀은 이범호 총괄 코치가 그대로 맡는다.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KIA는 “이 대표와 조 단장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숙고 끝에 수용했다”고 전했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기아 광주총무안전실장, 노무지원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최준영 현 기아 대표이사 겸 경영지원본부장이 내정됐다.

KIA는 2019년 10월 윌리엄스 감독과 3년 계약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홈런 378개를 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워싱턴 내셔널스 사령탑을 맡았던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NL)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구단은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단의 프로 의식 함양, 데이터 분석 및 활용, 포지션 전문성 강화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후 한국 야구와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편견 없이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새 얼굴도 많이 발굴했다. 하지만 성적이 따라오지 않았다. 2020시즌은 정규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하다 6위로 마쳤고, 올 시즌은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KIA는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뒤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않았다. 지난해 에이스였던 양현종은 MLB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최형우와 프레스턴 터커가 부진하면서 공격력까지 떨어졌다.

약해진 팀 전력을 고려해도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성적과 리빌딩 사이에서 명확한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KIA의 문제는 전력 공백이 아니라 방향성의 부재다. 젊은 선수의 성장을 유도하려는 노력도 작년보다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KIA의 결별은 예견됐던 수순이다. 다만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의 동반 퇴진은 파격적이다. 특히 조계현 단장은 지난해 말 KIA와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구단의 신뢰를 받았다. 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프런트와 현장의 리더가 모두 바뀌면서 KIA의 오프시즌 행보를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KIA는 당장 한국으로 유턴한 전 에이스 양현종과 FA 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 굵직한 FA가 많이 나오는 올겨울 시장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흥미롭다. 2017시즌 통합 우승 뒤 내리막길을 걷던 KIA가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의 첫걸음을 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