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이재명의 경제 책사 최배근 건국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22:00

업데이트 2021.11.04 14:07

"증세 없이 기본소득 재원 마련 가능···한국은행은발권력으로 고용 창출해야"

기본소득은 재정민주주의, 보유세 실효세율 올려도 조세저항 거의 없을 것

이재명표 ‘기본주택’ 위한 금융 조달 방식,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는 달라

‘기본 시리즈의 전도사’로 수식되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조정단장을 맡고 있다. ‘불안한 실험’이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국가운영 시스템의 혁신’이라고 맞받았다.

‘기본 시리즈의 전도사’로 수식되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조정단장을 맡고 있다. ‘불안한 실험’이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국가운영 시스템의 혁신’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9월 24일 최배근(62)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정책조정단장으로 위촉했다. 이 후보는 “‘최배근의 전문성’과 ‘이재명 정치’의 결합,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더 큰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뛰겠다. 대한민국 대전환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전환]은 최 교수가 2021년 내놓은 책 제목이기도 하다.

세상은 최 교수를 ‘이재명의 경제 멘토’로 부른다. 그는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설계자’로 꼽히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명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과 더불어 이 후보의 경제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이 전 원장이 캠프 정책본부장에서 낙마하자, 이 후보는 대안으로 최 교수를 선택했다. 이는 곧 통화정책에 관여하는 한국은행을 비롯해 기재부, 기업, 노동계, 부동산·주식 투자자 등, 돈과 관련된 시장 참여자들이 그의 목소리를 경시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10월 6일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만난 최 교수는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등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의 필연성을 역설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는 아무리 원치 않더라도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반대론자들의 비판을 피해 갔다. 좌표는 전혀 다르지만, 최 교수 역시 기본 시리즈에 대해 ‘하고 싶어서, 할 수 있어서의 차원을 넘어서 세상의 변화에 의해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세간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대응하려는 듯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이해돼야 정책 받아들이는 스타일”

이재명 후보의 정책조정단장직 제안을 수락했다. 이 후보의 어떤 면을 보고 돕기로 결정했나?

“대학에서 30여 년 선생 생활을 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겠더라. 국가도 기업처럼 진화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피해는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경제는 ‘보통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도 이 점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치인이나 나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펼치겠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로 귀결되진 않더라.

“오늘날의 문제들은 서로 복합적이고 상호적이다. 이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축으로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은 홍장표 전 경제수석, 공정경제는 김상조 전 정책실장으로 상징된다. 다만 이분들에게는 혁신성장(산업재편)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 이 부분을 ‘늘공’(직업 관료를 지칭)들이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화학적 결합이 잘 안 됐다. 소득주도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왼발과 오른발처럼 기능해야 했는데, 왼발로만 앞으로 걸을 수 있겠나. 이런 연관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보완할 수 있을까? 보수 진영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일자리가 핵심이다. 그 출구는 산업 재편인데 우리는 못 만들어냈다. 일자리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로 나타난다. 중산층이 (경제 계급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내수가 취약해진다. 이럴수록 수출에 목을 매게 되니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오랫동안 허용해주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니 다른 쪽(주로 10인 미만 사업장이나 자영업자)에서 죽는다고 아우성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보와 보수로 분류하는 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정책이 얼마나 합리성을 띠고 상식에 기초하는가, 실제 실행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와 같은 실사구시적 생각을 갖고 있다. 지자체장을 하면서 그런 능력이 드러났다고 본다.”

2020년 5월 최 교수의 유튜브 '그러니까 경제'에 이재명 후보가 출연한 바 있다. 인연이 시작된 계기는?

“4·15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플랫폼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선거 직후 본업으로 돌아간 뒤에도 유튜브 경제 강의는 계속했다. 이 후보에게 출연 요청을 했고, 처음 만났다. 그다음에 이 후보 캠프 사람들이 찾아와서 ‘공부를 도와달라’고 하더라. 나도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얘기, (경제정책) 이해도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 수차례 미팅을 갖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됐다. 이 분은 본인이 이해가 안 되면 정책으로 안 받아들인다. 나에게 정책‘조정’단장이라는 직책을 맡긴 것도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 기후변화 문제, 남북통합 문제가 연결돼 있다고 보는 내 생각과 이 후보의 국정철학이 일치한 결과다.”

이 후보의 구체적 정책을 다뤄보자. 일단 국민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해 이 후보는 2021년 8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역세권에, 10억원 정도의 30평대 아파트를, 월세 60만원으로, 평생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호를 공약했다. 그러나 그 실현가능성을 놓고 곳곳에서 의구심과 우려가 비등하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재원 대부분은 도시주택기금에서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80조원까지 편성됐는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시주택기금을 보게 되면 문 정부에서는 최대가 75조원이었다. 그만큼 덜 공급됐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료들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소위 모피아(기재부 전신인 재무부와 마피아의 결합어)들이 금융자본, 재벌건설자본과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금융공사도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한다. 부동산에 기반해 채권을 만들고, 그 채권을 가지고 자금을 조달해 MBS(주택저당증권)를 만들면 이론적으로 재원 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

“채권 만들어 기본주택 재원 마련 얼마든지 가능”

경기도 구리시의 공공임대 아파트.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질 좋은 공공임대 아파트 대규모 공급을 공약했다.

경기도 구리시의 공공임대 아파트.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질 좋은 공공임대 아파트 대규모 공급을 공약했다.

최 교수의 논리는 기재부가 도시주택기금을 적극적으로 편성하고, 부동산 금융을 활용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맥락으로 들렸다. 실제 이 후보는 8월 27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현금으로 기본주택을 짓는 게 아니라”며 “자금이 문제인데 제일 큰 재원으로 주택도시기금이 있다. (여유자금이) 연간 30조원 가까운 규모로 지금도 여력이 있다. 그리고 입주하는 사람들의 보증금이나, 사업 주체들 투자금이 일부 있다. 또한 이렇게 지어진 주택을 실질적 담보로 해서 공사채를 발행하면 얼마든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금융 조달에 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내가 관련 분야 전문가다. 당시 미국은 신용등급이 낮은, 전통적으로 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소득층에게, 심지어는 주택구입 가격의 100%까지 빌려줬다. 이러니 주택가격이 내려가면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금융이 발달해 있다 보니, (부실한 기초자산으로 만든) MBS가 안 팔리자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었다. 엄청난 엉터리 사기 금융을 만든 것이다. MBS만 만들었으면 그렇게 터질 문제는 아니었다. (부실한 기초자산으로 만든) MBS는 시장에서 걸러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토지가격이 올라가게 돼 있으니 기초 자산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의 파생금융상품들처럼 사기성 상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자 지급은 임대료로 충분히 가능하다.”

역세권에 기본주택을 지을 땅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5년간 100만 호를 역세권에 확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1호선 지하화 공약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공공택지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양극화를 고착화시키고,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돌보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사례처럼 슬럼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공공주택임에도 관리가 유지되는) 싱가포르 HDB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공임대에 대해 기존 기재부 관료들의 인식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복지 차원이었다. 그렇다 보니 질 같은 건 고민을 안 했다. 그러나 앞으로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누릴 수 없게 되면, 가격이 급등만 하지 않는다면 젊은 사람들이 수억원을(부동산에) 잠가놓겠나. 다양한 사람이 공공임대를 선호할 수 있다. 그 수에 맞추려면 질도 따라갈 것이다. 그런 공급을 해주면 (부정적) 이미지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형 조세시스템으로 내수경제 활성화”

2021년 8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화상을 통해 기본대출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2021년 8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화상을 통해 기본대출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2021년 7월 이 후보는 “가칭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신설해 국가가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공주택관리전담기관 설치도 공약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국가는 일차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에 대해 배려를 해야 한다. (무주택자를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도록 하는 게 1차고, 그걸로 부족하면 신규 공급을 해줘야 한다. (구매력이 안 되는) 청년들에게는 질 좋은 임대주택이 필요할 수 있다. 학자로서 봤을 때, 지금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과하게 올라가 있다.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가능하면 연착륙시켜야 한다. (그 방편으로) 국민주택 규모(85㎡)의 1주택자에 대해선 본인이 희망하는 한, 한국은행과 정부가 출자한 주택금융 공공기관을 만들어 인수한 뒤 장기 공공임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가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5억원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하자.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든다면 A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집을 은행에 뺏기는 A같은 사례가 늘어날수록 집값 하락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이럴 때 정부가 은행에 2억원, A에게 3억원을 지급해 A의 집을 사줄 수 있다면 집값은 급락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A는 3억원의 소비 지출 여력이 생기면서 장기 임대주택 형태로 원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논리다.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는 듯하다. 결국 그 재원 중 상당액은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 마련하겠다는 것 아닌가?

“(대다수 국민은) 재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재정민주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걷은 세금을 국민에게 바로 돌려주는 것이다. 기존 세금은 전혀 안 건드리고 추가 세금으로 하는 것이니 정부의 추가 비용이 없다. 지금 증세가 실현 가능하겠나? 중산층이 어려운 사람들 위해 세금을 더 내겠나? 실행력이 없다. 소위 부유층, 고소득층, 토지 자산이 많은 사람 등 사회의 혜택을 본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건 불가피하다고 본다. (2019년 기준 0.17%였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평균 0.5% 정도로 높이면, 1인당 연 65만원씩 나눠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땅 1평 없는 하위 40%는 그냥 65만원을 받는 것이다. 95%까지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으니) 부담이 없다. 상위 5%가 집중적으로 내야 한다. 왜? 그만큼 토지소유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 소득의 일부를 저소득자에게 나눠주는 기본소득형 조세 시스템을 하면 총 수요가 증가하고, 내수경제가 활성화된다.”

이 후보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마이너스 통장 형태의 기본대출을 최대 1000만원까지 제공하겠다는 기본금융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굉장히 중시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노동과 자원을 투입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면 결국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의 주체는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다.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서 30대로 넘어오면 희망 없이 내몰린다. 청년들이 시도를 못하는데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나. 기본소득이란 알바 1~2개를 줄여주자는 의미다. 자유 시간을 제공해 뭔가 시도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1인당 1000만원 대출이면, 5명이면 5000만원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아주 좋은 종잣돈이 될 수 있다.”

“물가상승 억제하며 통화량 증가 계산해보자”

2021년 10월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최배근 교수는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보다 고용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진:한국은행

2021년 10월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최배근 교수는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보다 고용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진:한국은행

모든 국민에게 1000만원씩 대출해주면 원금 회수가 잘 이뤄질까?

“이 방식이 도입될 때 많은 사람은 도덕적 해이를 걱정한다. 10년 동안 연 3% 이자만 갚고 10년 후에 원금을 갚는 것으로 가정하면, 1000만원에 연 30만원이다. 1달에 2만5000원 꼴이다. 이 2만5000원을 일부러 안 갚아서 사회적 신용불량자가 될 사람은 없다.”

정부가 소득하위 88% 계층에게만 1인당 25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했을 때,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로서 도민 100% 지급을 강행했다.

“88%라는 기준은 지구상에 없다. 그냥 (기재부가) 전 국민에게 주기 싫었던 거다. 이게 무슨 정책이냐. 재난지원금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선별적으로 피해보상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 국민의 자발적 협조로 K방역을 만든 데 대한 고마움을 담은 위로금 차원의 성격이다. 소득 후퇴가 없는 사람한테 단지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지원해주면 코로나19가 끝나도 지원해야 되나? 논리가 안 맞는다. 특별한 성격의 재난을 기존의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니 정책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 논리라면) 이번의 88%에는 공기업 정규직 직원도 있다. 이들이 무슨 피해를 봤다고 지원을 받느냐. 그래서 경기도의 100% 지급에 대해 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용기 있게 얘기한 것이라고 보고 지지했다.”

2020년 6월 민주당 주최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서 물가가 100배 상승했다고 하면, 100억원 가진 사람은 돈의 실질가치가 1억원으로 줄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피해가 없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웃으며)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그대로 쓰는 표현이다. 발권력이 있는 중앙은행의 자식은 화폐다. 중앙은행의 목표인 물가안정은 화폐가치 안정화와 같은 말이다. 그런데 물가가 안정되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칠까? 아니다. 극단적으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100배 증가시키면 돈이 100억 있는 사람의 화폐가치는 1억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자산 손실이 없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물가안정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통화정책, 결국 고용안정인 것이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의 첫째 목표는 최대고용이다. 그다음이 물가안정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7명 중 4명이 모피아와 관련돼 있다. 자본과 연관돼 있다. 소비자, 자영업자, 청년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으로 경기를 부양하자는 의견은 MMT(현대통화이론, 필요한 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무제한 재정정책으로 고용을 증가할 수 있다)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면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인플레가 직격하는 것 아닌가?

“화폐유통속도가 1997년까지 1이 넘었다. 그 이후 0점대로 줄어든다. 현재 0.5대까지 떨어졌다. 잃어버린 30년을 겪는 일본이 0.5대다. 화폐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량(M2)으로 나눈 값이다. 이게 떨어진다는 것은 분모인 통화량에 비해 분자인 명목 GDP가 안 늘어난다는 것이다. 돈을 찍어낸다고 인플레이션이 생긴다는 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기계적 얘기다. 지금 미국이 양적완화를 엄청 해도 인플레이션이 안 생기지 않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돈을 더 찍어내면 불안심리가 증폭할 수 있다.

“현재의 인플레 우려는 통화량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급 병목에 의한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도 MMT를 따르자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물가상승 압력을 안 주면서 통화량을 얼마나 증가시킬 수 있는지 (최적 균형점을) 계산해보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며 확보할 수 있는 돈을 필요한 곳(고용안정)에 쓰도록 하자”는 데 방점이 찍힌다.

“주4일 근무는 소득 증가 못지않게 중요”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를 두고, ‘정책의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슈화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중도층 확장성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설명이나 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증세)과는 관련이 없다. 80~90% 이상이 세금을 내더라도 돌려받는 게 더 많다. 그걸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나.”

민노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농후하다. 이 후보는 노동계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까?

“개인적으로 강연에서 ‘노동운동은 사양 사업’이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 진보는 기술진보에 대한 충격을 이해 못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데 조직된 노동(Organized labor)은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을 해결하려면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경제의 플랫폼화와 디지털화가 되면서 크게 달라졌다. 과거 산업은 기업이 고용의 주체였지만, 더는 기업이 고용 창출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사회계약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계약은 개인이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제적 약자층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일반 서민과 중산층은 노동 소득 외에 어떻게 재테크를 하면 좋을까?

“유동성을 공급해서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건 (거품이) 꺼졌을 때 쪽박 차게 된다. 그런 식의 재테크는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결국은 (삶의 질을 포함한) 실물 부분이 건강해져야 안정성이 확보된다. 아직 이 후보가 얘기하지 않았지만, 주4일제 근무도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검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주4일 근무를 1년 내내 하게 되면, 자신이 관심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여기에 기본소득을 주면 기업들이 주4일제 근무를 할 때, (노동시간 감소로 임금이 줄어도 기본소득으로 메워질 수 있으니) 보완할 수 있다. 기업 부담도 완화해주면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소득 증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로운 사회개혁이다. 삶의 질에 방점을 찍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가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최 교수가 공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직업 정치는 할 생각이 없다. 공직도 하고 싶지 않다. 싫어할뿐더러 내가 실수하면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중압감이 두렵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천직인 선생 일이다. 학생들과 수업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 자기가 못하는 것을 욕심내면 개인도, 주변 사람도 힘들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녹취 정리 손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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