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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올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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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올드’의 발상 역시 기발하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해안에 갇힌 사람들. 그곳에서 아이들은 순식간에 성장하고, 어른들은 급속히 늙어간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물리적 시간과 신체적 시간 사이의 질서가 파괴된 공간. 그곳에선 수백 배, 아니 수천 배 속도로 육체의 성장 혹은 노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설정은 수많은 충격적 사건들로 이어진다. 프리스카(비키 크리엡스)의 뱃속 종양은 멜론만큼 커지는데, 칼로 배를 가르고 꺼낸 후에 가른 부분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문다. 꼬마였던 매덕스(알렉사 스윈턴)와 트렌트(놀런 리버)는 어느새 성인의 육체를 가지게 된다. 빨리 악화되는 병세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올드

영화 올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꼬마에서 틴에이저로 몸이 급성장한 트렌트(알렉스 울프)와 카라(엘리자 스캔렌)가 성 관계를 가지고, 카라의 배가 순식간에 부르며 곧 출산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몇 분 안에 이뤄지는데, 태어난 아이는 1분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곳에서의 1분은 열흘도 더 되는, 세심한 돌봄 없이 갓 태어난 아이 혼자 견디기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생로병사의 모든 것’을 한 공간 안에 담아내는 ‘올드’는 삶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다. 태어나 살다가 병들고 늙어 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올드’는 그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였을 때의 공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