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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폭발하고 있다” 인류 멸종 경고까지 한 세계 석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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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7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개최된 제40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에서 대담 중인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신충식 교수(왼쪽)과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어빈 라즐로 회장. [사진 경희대]

지난 17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개최된 제40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에서 대담 중인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신충식 교수(왼쪽)과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어빈 라즐로 회장. [사진 경희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산불이 지난달 그리스를 휩쓸었다. 그리스 기온이 1977년 이래 가장 높은 섭씨 47.1도를 기록한 지난달 4일 하루 동안 78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남유럽을 강타한 산불 사태는 그리스뿐 아니라 터키·스페인·이탈리아에서도 잇따랐다. 같은 대륙의 독일에서 홍수가 발생해 200여명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사태다.

"인류 생존의 위기."
전 세계 석학이 입을 모아 하는 경고다. 환경 등 범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지식인 모임 '부다페스트클럽'을 이끄는 어빈 라즐로 회장도 "전례 없는 비상사태를 맞아 문명의 붕괴를 막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이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서울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에서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창궐로 2년째 온라인으로 열린 행사는 감염병 위기 앞에 무력한 현실을 드러냈다.

기후 위기·코로나19…"위기는 이제 시작"

지난달 초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로이터]

지난달 초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로이터]

올해는 코로나19와 함께 기후위기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유럽 대륙이 자연재해로 심각한 피해를 겪는 모습은 기후 위기가 코앞까지 왔다는 경종을 울렸다. 신충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의 대담에서 라즐로 회장은 "지구는 지금 폭발하고 있다"며 "국제협력을 이루지 못하면 인류는 멸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단기적 이윤 추구로 환경이 훼손되고 기후 위기가 앞당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라즐로 회장은 "기업가는 기업에 좋은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 환경이 파괴되고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당장 좋아 보이는 일이 장기적으로도 인류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 활동에서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가치와 닿아 있는 주장이다.

 유엔도 '지속가능성' 고민…연말까지 석학 대담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성장 여정을 그린 다큐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툰베리와 청년 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주문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 영화사 진진]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성장 여정을 그린 다큐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툰베리와 청년 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주문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 영화사 진진]

유엔도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 세계평화의 날 화두를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더 나은 회복’으로 정했다. 세계평화의 날은 1981년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가 세계대학총장회(IAUP)를 통해 유엔에 제안해 유엔총회를 거쳐 제정됐다. 매년 9월 21일은 유엔 회원국과 국제기구 등이 세계평화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로 기념한다.

올해 회의 개막식에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문명사적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조 이사장은 "집단지성을 통해서 문명사적 재앙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책임 정치의 성과를 미래세대에 남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은 앞으로 3차례 더 이어진다. 다음 달 15일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폴 엘리히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무한 성장 신화에 갇힌 호모사피엔스 문명'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설립자 등과 함께 각각 외계 생명체, 기후 변화에 대한 토론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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