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일보를읽고…

뻔뻔한 폭력시위 두고 볼 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 기사를 보면서 제주에서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시위가 떠올랐다. 시위를 하는 목적이 FTA 반대라는 주장을 전하는 것보다 협상장 가까이 가는 데만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바리케이드를 넘어뜨리는 등 경찰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이어졌다. 지난 세 차례 협상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위대는 마치 공권력에 강력히 반발할수록 자신들의 선명성이 부각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시위는 말 그대로 시선을 많이 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좋은 시위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경찰관 몇 명 부상, 시위대 몇 명 부상'이라는 뉴스를 접하는 부끄러운 현실을 언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제는 우리의 시위문화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도 성숙해졌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알릴 수 있다고 본다. FTA처럼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에 대해 자기 주장을 펼 수 있고 시위를 할 수도 있다. 다만 법의 테두리에서 다른 사람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예절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시위문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시위야말로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의견을 한데 모아 생산적인 결론을 맺게 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체결되도록 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민호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