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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트롤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국 내 많은 시민과 기업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의 법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임신 중지를 막을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텍사스주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임신 중지 수술을 한 의사는 물론, 그 과정을 도운 모든 사람들(여성을 태워준 택시기사도 포함된다)을 고소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소송 지원금까지 지급하게 했다. 언론에서는 시민들이 서로를 고발하게 한다고 해서 구동독의 슈타지(국가보안부)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이 법의 위헌성을 심사해야 할 연방대법원은 한발 물러서면서 여성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가 밀어 넣은 세 명의 보수 판사들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들은 자사의 운전기사가 이 법으로 소송당할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해주겠다고 나섰지만, 다른 기업들은 눈치를 보며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직접 항의하고 보이콧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트롤링이다.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고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을 즐기는 이 놀이가 저항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허위 신고를 쏟아부어 고발 사이트가 작동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게 막히자 프로그래머들이 가세해서 텍사스 주소를 사용해 무작위 허위 고발을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텍사스주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게 하나 있다면 분노한 프로그래머와 대중을 완벽하게 막아낼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