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정부청사 분산계획(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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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분권화ㆍ생활여건등이 필수조건이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11개 청의 대전 이전 및 이를 위한 제3종합청사 신축계획은 수도권 인구분산이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점에서 의문을 주고 있다.
첫째는 정부가 과연 이번에는 계획을 실천에 옮길 의지와 실천력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정부가 대도시 인구집중에 문제의식을 갖고 인구분산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64년 건설부의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을 필두로 모두 9차례에 달했다.
이번의 11개 청 이전계획은 10번째가 되는 셈이다. 그중에는 77년의 「수도권 인구 재배치 기본계획」,82년의 「수도권내 공공청사 및 대규모 건축물 규제계획」,84년의 「수도권 정비 기본계획」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발표할 때는 어느 것이나 정부가 인구분산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기대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만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같은 계획들이 어느 정도 실천에 옮겨졌는지는 국민들이 눈으로 보는 대로다. 계획 때마다 중앙정부청사의 지방 이전이 핵심과제로 거론됐으나 그동안 옮겨진 것은 전매공사가 신탄진으로 이전한 것과 3군본부가 극히 최근에 지방으로 옮겨간 정도다. 어떤 기관은 이전한다고 청사 건물만 팔아놓고 그대로 주저앉는 바람에 비싼 예산을 들여 셋방살이를 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행정의 비능률을 앞세운 이전 대상 기관의 반발 때문이었지만 근본원인은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못한 때문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11개 청의 이전에도 과거와 똑같은 반발이 예상되는데 과연 지금의 허약한 정부가 이 계획을 강행할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둘째로 떠오르는 의문은 이전계획이 실현될 경우 그에 부수되는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행정의 비능률은 첨단정보통신망의 구축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하나 이것도 공무원들의 봉사자세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민원인들이 서울과 대전을 숱하게 오르내리는 불편을 겪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청사를 이전한다고 소속 공무원들이 주거를 옮기기보다는 서울과 대전의 2중살림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사태를 최소화하고 명실상부한 인구분산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주택ㆍ교육ㆍ문화시설ㆍ교통문제 등 생활에 직ㆍ간접으로 필요한 시설을 수도권 못지 않게 갖추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실천계획이 마련돼 있는지도 궁금하다.
세번째로 묻고 싶은 것은 이번 계획이 지방자치제의 실시 등 여건변화를 충분히 감안했느냐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에 중앙관청의 지방 이전이 인구분산에 효과를 내는 것은 모든 행정부의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고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중앙관서의 지방 이전계획을 오랫동안 시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제와 지방분권화를 이룰 생각이라면 중앙정부청사의 지방 이전계획도 그 내용과 규모가 새로운 여건에 맞추어 손질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수도권 인구분산이 안되고 있는 이유가 행정권한의 중앙집중뿐 아니라 지방도시의 균형발전,특히 교육ㆍ문화ㆍ산업시설의 투자부족에 있는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앞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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