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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1000원은 힘이 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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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제품 값을 한 가지로 정해 놓고 손님을 끄는 균일가 점포가 늘고 있다. 최초의 균일가 점포는 1000원으로 각종 생활용품을 살 수 있었던 1000원숍. 최근엔 2900원 국밥집, 1000원 액세서리 점포 등으로 다양해졌다. 균일가 점포의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귀걸이.반지.머리띠.스카프 등 여성용 액세서리를 1000원에 파는 젬스토리는 생산 원가가 싼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판다. 이 점포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우미상사 홍종우(48) 사장은 "한 달에 보름 이상은 중국에 머물며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다"며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현지 생산업체와 폭넓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미상사는 올 2월부터 중국에서 1300여 가지의 품목을 들여와 전국 25곳의 대리점에서 공급한다. 홍 사장은 "품질로 따지면 1000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균일가 점포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싸다는 이유만으론 1000원짜리 제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히트 상품인 진주목걸이.반지는 중국의 양식 진주 생산지를 찾아내 상품화한 것이다. 싼값에 진짜 진주를 구할 수 있었던 것. 디자인은 한국에서 했다. 보석용 진주는 아니지만 1000원짜리 진짜 진주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었다.

젬스토리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도 1호점을 냈다. 현지 균일가는 1달러99센트. 홍 사장은 "현지 소비자들이 '정말 이 가격이 맞느냐'고 묻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균일가 점포는 프랜차이즈 점주에게는 소매업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국제 물류 사업을 해야 한다. 젬스토리 점주가 되려면 가맹비 500만원에 계약금(2년) 500만원을 내야 한다. 2년 계약을 끝내면 500만원을 돌려받는다. 점포는 점주가 마련하지만 인테리어가 필요할 경우 본사가 평당 120만원에 인테리어를 대행해 준다. 10평짜리 점포를 낼 경우 점포 임대료를 제외하고 2200만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젬스토리는 본사가 40%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1000원짜리를 600원에 공급한다. 개당 400원의 이윤으로 가게 임대료와 종업원 인건비를 충당하고 수익도 내야 한다. 그만큼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서 홍 사장은 "유동 인구가 적은 점포와는 아예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잘나가는' 점포는 하루 1000개(100만원어치)를 판다고 한다. 고객의 평균 구매액은 평균 4000~5000원이다.

구두와 가방은 1만5000원, 부츠는 3만원 등으로 정가를 정해 판매하는 '비아니'는 머천다이저(상품기획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세계를 돌며 시판 물건을 고른다. 제품의 참신함을 유지하기 위해 2주 단위로 매장의 분위기를 바꾼다. 1000원에 각종 인테리어 용품을 파는 이랜드 계열의 에코마트는 유통 그룹답게 글로벌 아웃소싱 노하우를 많이 활용한다. 전국 27개 매장의 월 평균 매출 목표는 1억원으로 잡고 있다.

1인당 6500원에 해산물과 삼겹살 등의 구이 요리를 제공하는 '육오구이'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수입상에게서 직접 육류와 해산물을 받는다. 2900원에 각종 국밥을 파는 전철우국밥은 마진을 줄이는 대신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짰다. 국밥이어서 회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균일가 점포는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고객에게 고르는 재미를 줘야 하고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개발해 단골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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