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의 인성교육이 절실하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확산돼야 할 제철학원의 「수신교육」
사회가 유괴ㆍ성폭행ㆍ잔인한 살인으로 유린되고 있지만 모두가 시속을 탓하고 윤리부재만을 개탄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폭화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과 한탄으로 일관할 뿐이다.
이러한 개탄과 체념과 한탄의 무방비 상태속에서 청소년들의 인성은 갈수록 포악해지고 분별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입시 백일을 앞두고 백일주라는 기괴한 술 파티를 벌이는 고 3생들이 귀가를 재촉하는 같은 학교의 선생님을 집단구타해서 한쪽 눈까지 멀게하는 폭행을 저질렀다.
『어쩔 수 없어 먼저 간다. 순수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 자식들이 내 인생을 망쳐놓았다. 하늘에 가서도 너희들을 용서치 않는다.』 인근 고등학생들에 의해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제주시 여고 1년생 정양은 이처럼 한 많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젠 더이상 한탄하고 개탄한 하기엔 너무 늦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깊게 병들어 있고 그 행태는 위중하다.
사회의 질서ㆍ규범ㆍ윤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근원적인 이유는 잘못된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부재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구체적 방향설정과 대안제시에는 모두가 손을 놓고 있다.
바로 이런 형편에서 한 사립학원이 보여준 교육개선의 의지와 실천의 모범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하는 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비록 그것이 한 지역사회의 첫 걸음에 불과한 작은 운동이라할지라도,그 작은 움직임이 큰 흐름을 만들어 병든 사회와 환경을 되살리고 무너지는 사회규범과 윤리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제철학원은 산하 4개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몸가짐과 환경습관,생활교육과 환경보호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생활습관 교육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학원소속 교사 1백80명이 참여해서 1년여에 걸쳐 교재를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 현대식 어린이 수신서라 할 『깨끗한 생활』(6권)과 『바른 가정생활』(1권) 및 교사용 지침서(6권)를 편찬하고 이번 2학기부터 주 1시간씩 생활교육을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몸가짐,질서의식과 환경보호 정신 등이 구체적이고도 알기쉽게 짜여져 있고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열의가 뜨겁다.
어렸을 적에 몰라서 소홀히 했던 예절이 커서는 무례한 행동으로 번지고 나아가서는 질서와 법을 무시하는 무뢰한으로까지 파급된다는 우려 때문에 이 교재 제작에 착수했다는 교사들의 현실인식에 우리는 동감한다.
우리는 제철학원 소속 교사들의 교육적 실천이 병든 사회를 고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의 첫걸음이라고 보고 이러한 노력이 지역단위 또는 공교육 전체의 교육현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크게 기대한다.
지금 이 사회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교육이란 지식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다.
잠재된 인간본능 속에는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이 있다고 정신의학에서는 말한다. 삶의 본능이란 사랑이고 죽음의 본능이란 파괴심리다. 이 공격적 파괴심리를 순화시키고 사랑의 본능을 신장시키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그 교육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습관적으로 체득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에 관심을 쏟지 못하고 아무런 대안책도 제시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문교당국은 제철학원 교사들의 교육적 실천력 앞에서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공교육이 마땅히 담당해야 할 책무를 한 기업,한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발 벗고 나서 인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의 실천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앞으로 예상되는 교육자치제실시에 즈음해서 그런 운동이 지역별로,공동체별로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문교당국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러한 인성교육을 위한 공동체적 노력을 강력히 지원하고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철학원이 개발한 교재내용이 부분적으로는 포철이라는 특수성에 맞춰 짜여진 내용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의 수정과 보완을 통해서 그 교재를 전국의 인성교육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될 만할 것이다.
아무쪼록 제철학원의 인성교육ㆍ가정교육운동이 한 기업 한 공동체의 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병들어가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 치유방법으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