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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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긴급 부동산 대책회의에서 제시한 각종 대책 가운데 공급 확대를 위한 기본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우선 분양가 인하를 위해 신도시 광역 기반시설 비용을 재정에서 분담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국민 세금으로 신도시 입주민의 아파트 분양가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존 신도시의 경우 주변 지역과의 연계 도로 건설 비용까지 모두 입주민이 부담했다. 재건축단지는 기반시설 부담금을 따로 내고 있다.

또 분양가 인하를 위해 앞으로 지어질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여 주겠다는 것도 도시 구조적 측면에서 거꾸로 된 내용이다. 교통유발을 줄여 도시가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려면 도시 중심부로 갈수록 용적률이 높고 주변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신도시보다는 오히려 강남 등 도심에 가까운 지역부터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교통 수요도 줄이고 강남 주택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세대.다가구주택 주차장 의무비율 완화도 문제다. 이 같은 완화 조치가 취해진다면 다세대.다가구 주거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슬럼으로 변하기 쉽다. 현재 문제가 되는 집값은 다세대.다가구보다는 오히려 질 좋은 아파트에 몰린 수요 때문으로 이 같은 완화 조치는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초래하기 쉽다.

오히려 정부는 주택금융 부실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요즘도 아파트 단지에는 주택시세의 90% 이상 대출해 주겠다는 광고가 즐비하다. 주택가격 하락 시의 금융 부실화를 우려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간의 침체를 경험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편 주택 수요자도 금리 변화와 경기 둔화 등의 리스크는 외면한 채 무조건 사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냉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금리가 오르면 집값도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