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대부분 환자들은 정신병이 상당히 진행해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게 현실이다.
정신병은 뇌 안의 이상 징후로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정신과 병력에 낙인을 찍고 취업.결혼 등에서 부적격 사유로 여기는 부정적 시각이 만연해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는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보다 쉽게 자신의 정신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사회에서 병원에 안 가더라도 쉽게 자신의 정신 문제를 상담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평가센터'를 세우는 일이다. 이런 평가센터에선 개인을 평가해 나타나는 문제들이 일시적일 땐 환경의 변화, 정신치료나 상담 등으로 해결해 주고, 정신병 발병 전(전구기) 증상이면 병원과 연계해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정신병은 환자나 가족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개인이 떠맡아야 하는 걸까. OECD국가의 일원으로 선진 한국의 기치를 내세운 지금이야말로 정신병 치료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물론 그동안에도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재활 사업 투자도 비교적 큰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보건센터도 활성화되고 질적 성장도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발병 후 사후 관리보다 발병을 좀 더 일찍 인지하고 치료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신병 예방에 힘을 쏟는다면 비용 절감과 치료 효과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행히 내년부턴 보건복지부에서는 '생애전환기 전국민 일제 건강진단' 사업을 시작하며, 정신과 질환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정신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권준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