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 연구」에 제2인생 걸겠다"|정년 퇴임 강단 떠난 이우성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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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민족사 정립에 평생을 바쳐온 벽사 이우성 교수가 지난 학기말 성균관대를 정년 퇴직한 뒤 개인 연구실을 마련, 제2의 연구 인생을 시작했다.
서울 대치동 주택가 4층 건물「집현 하우스」 2층에 위치한 「실시학사」「실사구시」의 실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실시」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이제 막 책 정리를 끝냈어요. 가까운 친지와 학계인사들에 정식 출범을 알리는 개소식은23일 가질 겁니다.』
예순여섯 노 교수의 얼굴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기쁨이 넘쳐흘렀다.
이 교수가 남긴 후학에의 영향은 정년 퇴임시에 제자들이 전하는 기념논총에서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미 지난 15일 『민족사의 전개와 그 문화』라는 논문집을 받았다. 통상적인 기념논총의 3배 분량인 논문집은 상하 두권으로 국내 외학자 작명의 논문이 실려있다.
이교수의 학문 세계를 반영해 국문학·국사학·한국 철학 등 한국학 전반에 걸친 논문들이 시대 순으로 정리돼 논총 자체가 한권의 통사인 셈이다.
이 교수가 재직했던 국문과 교수들 중심의 국문학 분야 논문집도 10월중 출간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경남 밀양의 전통적인 유교가 문에서 태어나 20세까지 당대 나학의 거물들을 독선생으로 초빙해 정통 한학 교육을 받았다.
광복 후 성균관대를 설립한 심산 김창숙 선생의 부름으로 대학과 인연을 맺었지만 전통 교육의 영향으로 문학·역사·철학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으며 특히 실학, 고려신분제 등 역사학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이 교수는 정리되지 못한 논문 10여편을 연내 탈고해 논문집으로 낼 예정이며 중국·일본 등지의 실학 연구자들과 약속한 공동 연구를 위해 「실학 연구회」도 조직할 계획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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