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원조 민주도 "적절치 못한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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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치권은 민주노동당 방북 대표단의 만경대(김일성 주석의 생가) 방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노당 대표단은 평양 도착 첫날(10월 31일) 만경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서울 중앙당에는 그 내용이 즉시 보고되지 않았고, 북한 중앙TV가 1일 오후 대표단의 만경대 방문 장면을 방영한 후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본지 11월 2일자 1면>

정호진 부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2일 "만경대는 정부 당국자와, 지난해 아리랑 축전에 참가한 남측 민간인도 방문한 곳으로 방북하는 사람은 의례적으로 찾는다"며 "민노당은 이곳에 특별한 정치적 비중을 두지 않았기에 방북 대표단 소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중앙당의 브리핑은 방북단의 방북 취지에 부합하는 일정에 집중하고 있고, 일정은 평양 현지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며 "일부러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방북한다더니 공식 일정에도 없던 김일성 생가를 방문한 의도가 뭔지 밝히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또 "민노당이 매일 매일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는데 방북단의 만경대 방문 사실은 언급조차 없었다"며 "국민의 비난이 두려운 것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은폐하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햇볕정책의 원조 정당인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민노당의 김일성 생가 방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당 지도부가 만경대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무슨 외유성 해외 관광 갔느냐"는 쓴소리들이 많이 올라왔다.

◆ 민노-조선사민당 간 신경전=민노당 대표단은 방문 이틀째인 1일 북한 조선사회민주당과 첫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선 북 핵실험을 놓고 한때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노당 문성현 대표가 "민노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해 왔으며 이번 핵실험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고 하자 조선사민당 김영대 위원장이 말을 막았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핵실험은 북.미 대결에서 나온 것이지, 다른 곳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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