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만원뿐"에서 100억 뭉칫돈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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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것으로 추정되는 1백억원대의 뭉칫돈을 찾아 이 가운데 47억원을 압수했다고 한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계좌를 추적하던 중 사채업자로부터 문제의 돈이 全씨 차남에게서 나왔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全씨 측은 "차남의 회사 운영과 관련된 돈일 뿐 全전대통령과는 상관 없다"면서 "미국에 체류 중인 차남이 곧 귀국해 해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 수사 역시 아직 초기 단계여서 이 돈이 全씨의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재산상태 등을 감안할 때 全씨의 비자금이 차남의 사업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언론의 추적 결과 지금까지 파악된 全씨 일가의 재산은 최소한 2백50억원대에 이른다.

장남이 서울 서초동의 토지 및 건물 3백여평을 비롯해 자신 명의로만 최소 65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3남은 서울 한남동에 시가 1백억원대 빌딩을 갖고 있다. 심지어 10대인 손자.손녀도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全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정치자금으로 다 써버려 돈이 없다"며 지금까지 3백14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지난 4월의 재산명시 심리 법정에선 보유 중인 예금이 29만1천원이라고 답하는 등 추징금을 추가로 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급기야 이달 초 가재도구가 경매처분된 데 이어 다음달 중순엔 자택 별채가 경매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도 그는 골프장에 수백만원짜리 기념식수를 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을 분노케 했다.

권력을 통해 치부(致富)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검찰은 후세에 이를 경고하기 위해서도 全씨의 숨겨진 재산이 있는지를 철저히 추적해 추징해야 한다. 全씨 역시 한푼도 없다고 버티기만 할 게 아니라 숨겨놓은 재산이 있다면 이를 국민 앞에 밝히고 밀린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