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같은 값이면 보기에도 좋아야"|포장기술연구원 한종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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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상품이라도 포장에 따라 크게 달라 보인다. 비슷한 종류가 많은 상품일수록 그 포장이 좋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포장은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취급도 편리하게 하며 판매촉진과 함께 고급화시키는 기능을 맡는다. 따라서 그 기술도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이같은 포장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포장방법에 대한 시험을 통해 그 실용성과 경제성을 평가해 내는 직종이 바로 포장기술연구원. 기업체에서 활동하는 포장기술사를 합쳐 국내에서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희귀한 직종이다.
그 중에서도 포장기술연구원 한종구씨(35·한국디자인 포장센터 교육연구과장)는 미국에서 포장공학을 전문으로 배우고 온 2명(석사)중 한사람.
『생산원가를 절감한다면서 그 길을 포장비용을 줄이는데서 찾으려는 기업이 지금도 있을 정도로 포장에 대한 관심이 아직 까진 높지 않습니다.』
그는 상품의 유통이 더욱 중요시돼 가는 요즘 상황에서 표준화·자동화·기계화 등으로 특성이 지워지는 포장기술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80년 연세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바로 한국디자인 포장센터에 입사, 포장기술과 인연을 맺었다. 81∼83년 직장에서 미국연수를 보내 줘 전문가로서의 안목을 넓혔다.
그의 하루는 포장시험실에서 각종 포장의 재료·강도 등 여러 가지 특성을 실험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식품포장지는 습기가 어느 정도 통과하는지를 조사한다. 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제품이 눅눅해져 상품성이 떨어지고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생산업체에서 시험을 의뢰해 오는 나무·골판지·셀로판·유리·금속제 등 포장재료와 마개·방청 제·접착제 등 부자재를 측정기로 잡아당기고 누르고 찢거나 뒤틀고 떨어뜨려 보는 등으로 시험해 판정한다.
『요즘은 셀로판, 얇은 알루미늄 판에 필름을 입힌 것 등 합성수지가 포장재료의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에 해독을 미칠 수 있는 데다 폐기물처리가 제대로 안돼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문제가 있지요.』 그는 산업발달과 함께 포장문화도 나날이 달라지는데 대학에 포장공학과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현재 각 기업체에선 기능직인 포장관리 사를 두고 있지만 앞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포장기술사 등 고급인력을 두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화공학과 등 유관학과를 나온 젊은이가 도전해 볼만한 직종이라는 것.
이곳 디자인포장센터 포장개발부연구원들이 받는 초임은 월70만원선, 수석연구원인 한씨는 월 1백20만원 선을 받는다.
포장기술연구원(기술사)-그 희귀성 만큼 제품을 포장하는 기술로 자신의 삶을 마음껏 포장할 수 있는 직종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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