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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성원 웰스파고銀 부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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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연 1%)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28일(현지시간)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 부행장은 "FRB가 아직도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가능성을 우려한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 한다"고 말했다.

孫부행장은 "최근의 경기회복 동향으로 볼 때 FRB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디플레가 아니라 인플레"라고 지적했다. 지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그는 "기업들의 재고수준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6%선, 높으면 7%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예측에 대해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인 孫부행장의 진단을 들어봤다.

-물가 수준은 여전히 낮은데 인플레를 벌써부터 걱정해야 하나.

"실물시장은 그렇지만 금융시장에선 이미 인플레 기대심리가 나타나고 있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중앙은행은 그런 상황을 정확히 읽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 FRB가 이번에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직도 디플레나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오르긴 하지만 그 상승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언급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FRB가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나.

"FRB가 핵심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 같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노동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확실한 판단이 서야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다. 지금으로선 내년 말께로 예상된다."

-금리가 언제쯤 인상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내년 봄께가 좋다고 생각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다. 이론적으로 보면 현재의 금리 수준은 4%가 적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3분기 미국 성장률이 상당히 높게 나올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소비가 활발했으며 기업들의 생산활동도 호조를 보였다. 특히 기업들의 사무실 비품 및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시장도 호황을 이어갔다. 기업들의 재고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7%도 가능한 수치다."

-4분기와 내년 초 전망은.

"3분기 소비는 7월부터 시행된 세금감면조치의 덕을 많이 봤다. 그러나 앞으로는 감세혜택이 줄어들어 소비를 견인하는 힘도 약화될 것이다. 모기지(주택저당대출) 이자가 오름세를 보이고 주택시장도 이제 겨울을 맞아 둔화될 것이다. 그러나 달러 약세(아시아 통화에 대해)가 이어진다고 볼 때 미국 기업들의 수출여건은 개선될 것이다. 이런 걸 종합해 볼 때 4분기 및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4% 정도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의 오름세는 이미 시작됐는가.

"그렇다. 눈에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 금리는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물가는 문제없으나 4~5년 뒤를 미리 내다봐야 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가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 징후에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 6.1%인 실업률 전망은.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채용이 늘어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고용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금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도 내년 상반기에 다시 힘을 잃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고용증가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계속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할 것인가.

"미국의 평가절상 요구는 정치적 제스처로 본다. 중국에 대해 그런 요구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여건이 페그제를 폐기하거나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백악관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제품에 치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그걸 요구하고 있고,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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