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체 해외파견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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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잇따라 국제적인 중요예술제에 참가하면서 출연자 및 공연작품 선정과 사전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고 있다.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이 영국의 에든버러축제(8월31일∼9월1일)에 참가한데 이어 프랑스 디종 국제민속축제 등 6개 도시 공연(2∼19일)을 끝내면 모로코(21∼22일)와 포르투갈(10월 1∼5일)공연에 나서고, 서울시립무용단도 북경아시안게임 문화축전 공연(13∼15일)을 앞두고 있어 과연 「성공적인 공연나들이」가 될 것인 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다.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에 앞서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세계최대규모의 예술잔치 에든버러축제에 참가했던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경우,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무대 폭이 약3m에 불과한 3백석 미만의 박물관강당에서 이렇다할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공연을 마침으로써 「그저 참가했을 뿐」이라는 뒷 얘기를 남겼다.
『대취타』 『춘향전』 『천년만세』 『가야금산조』 등이 공연된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관객들(주로 노년층)이 공연장을 나서며 「재미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고 있다.
또 국제사회에서 「작은 일본」쯤으로 인식돼있는 한국의 이미지와는 전혀 걸맞지 않게 출연자이름도 없이 볼품없게 만든 단색6쪽짜리 공연 안내물(일본은 44쪽짜리 컬러인쇄물)이나 이렇다할 연출감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공연구성 등으로 한국문화예술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북경아시안게임을 즈음한 문화예술축전에 참가하는 서울시립무용단은 세 차례의 자문회의와 두 차례의 시연회를 통해 『유리도시』(배정혜 안무), 『2001년』(홍신자 안무), 『어디만치 왔니』(김영희 안무) 등 창작무용 세 작품과 한국의 민속춤을 배정혜씨가 재구성한 『동녘의 울림』을 공연키로 최종 확정했다.
이 공연은 한국의 무용예술을 중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무대라는 사실 외에도 이 축전에 북한이 1백20명의 대규모 예술단을 참가시키는 데다 한·중 사이의 무용교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유독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작품선정에 문화부 등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난이 따랐고 충분한 시간과 소신을 가지고 작품을 꾸밀 수 없어 승무·학춤·북춤·농악 등이 어우러진 『동녁의 울림』이 너무 산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 관계자가 공연현지를 미리 답사해서 공연장 시설 등을 점검하고 중국어·영어로 된48쪽짜리 공연안내서를 준비하는 등 성의는 다른 때에 비해 돋보였다.
에든버러축제에 참가했던 월간『객석』의 채충석씨는 『특히 전통예술분야의 해외공연은 무조건 정악·산조·무용·사물놀이 등의 종합구성으로 치르는 경향이었으나 이제는 초청 측이 마련한 축제의 성격과 예상관객·공연장시설 등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야 하며, 공연장의 위치·크기·시설 등에 따라 공연의 성패 크게 좌우되는 만큼 좋은 공연장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한국전통예술에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중국·일본과 전혀 다른 독자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모델을 만들고 틀에 박힌 몇몇 무용·음악 뿐 아니라 고유의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창작품을 해외에 소개해 공연 후 철저히 평가도 해서 다음 해외공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문학예술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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