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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막 한가운데 박물관·미술관 도시 디자인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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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전에 바젤 아트페어를 둘러본 뒤 현대미술관 카페에서 점심 먹기. 오후엔 헬리콥터를 타고 사막의 곳곳에 숨어있는 설치미술 찾아보기. 저녁 땐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 감상.

2012년, 아부다비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 듯하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페르시아 만에 문화도시가 건설된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의 사디야트(Saadiyat) 섬에 자리잡는 '문화지구'다. 사디야트 섬은 뉴욕 맨해튼의 반만 한 크기로, 문화지구는 전체 면적의 30%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

이 거대한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는 미국 구겐하임 재단의 토마스 크렌스 관장(사진)이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강연'박물관 건축, 박물관의 미래'에서 미래의 예술도시로 아부다비 문화지구를 꼽았다.

크렌스 관장은 "아부다비는 중동의 한 가운데 자리해 민감한 지역이지만,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세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예술이 이곳에 모이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지구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해 고미술관.국립박물관.해양박물관.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95m 높이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보다 큰 규모로 지어진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을 디자인한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았다. 이외에도 장 누벨(고미술관), 자하 하디드(공연장), 렘 쿨하스(국립박물관), 안도 다다오(해양박물관)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작업에 참여한다.

건축물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눈길을 끈다. 2만여평의 대지에 2009년부터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부다비가, 2010년부터는 바젤 아트페어 아부다비가 개최돼 전세계 예술가, 아트디렉터, 화상이 한자리에 모인다. 예일대의 예술대학원 캠퍼스도 2012년 들어서 예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넓디 넓은 사막 지역이라는 특징을 살려, 헬리콥터나 지프차를 타고 설치미술을 찾아 감상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크렌스 관장은 1988년 취임 후 구겐하임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뉴욕뿐만 아니라 스페인 빌바오, 독일 베를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우고, 세계 유명 미술관과 소장품을 공유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크렌스 관장은 "바스크 지역인 빌바오는 스페인 분리주의 운동으로 테러가 빈번이 일어났다. 그러나 미술관이 들어선 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도시가 국제화하면서 분쟁이 거의 사라졌다. 문화는 정치의 새로운 대안이다. 아부다비 프로젝트가 중동의 불안을 해결하는 한 방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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