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쓰레기만 가득…빨간우체통 사라져간다

중앙일보

입력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편지로 이어주던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왜일까?

인터넷의 발달과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개인간 편지의 발송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대구일보가 31일 보도했다.

30일 경북체신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에 발송된 일반 우편물 수는 18억1천여통으로 지난 2004년 19억8천여통, 2003년 22억9천여통 등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5년전 우편물의 50% 정도를 차지했던 서신 양식의 편지의 경우 현재는 전체 우편물의 24%로 발송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편지 발송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집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우체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지난 2002년 6천8개에 달하던 우체통이 해마다 80~400여개씩 철거돼 2005년에는 4천449개로 줄었다.

30일 현재 대구우체국의 경우 1일 평균 274개 우체통에서 하루 동안 수거되는 우편물이 7천여통에 불과하다. 우체통 1개당 평균 25통 가량밖에 채워지지 않고 있는 셈.

신문에 따르면 읍.면 등 시외곽지역에 있는 우체통에서는 하루에 한통도 수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곳 외에는 우체통을 새로 설치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한 달에 우편물이 10~30통에 불과해 유지효과가 없는 우체통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당 6만~8만원을 들여 설치한 새 우체통도 자연적으로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우체통이 심하게 훼손되는가 하면 담배꽁초나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경북체신청 우편분류과 고채환 담당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보통신의 발달과 농촌지역의 노령화 등으로 개인 우편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글로 마음을 전하는 여유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우체국도 수익성이 낮은 개인우편사업보다 택배.금융 등의 사업에 주력하는 등 그 역할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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