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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 빗나가는 6공/제2부총리 신설계기로 알아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군살빼기 반발 심해 사실상 백지화/「통일 부총리」 어떤 「힘」주나 고심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통일원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90년대말까지 남북한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6공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통일담당 부총리에게 부총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력자원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특히 「간소한 정부」 「작은 정부」를 줄곧 표방해온 6공정부가 출범 2년여동안 방만한 기구신설과 확대개편으로 오히려 「거대한 정부」로 탈바꿈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공출범이후 통일논의의 양적 팽창과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통일원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 통일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내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담당 부총리에게 외무ㆍ내무ㆍ국방ㆍ안기부 등 통일관계부처장관들을 통제ㆍ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어떤 방법으로 부여할 것이냐는 것이 문제.
예산권을 수중에 넣고 있는 경제부총리야 전가의 보도격인 예산으로 내각을 통제ㆍ조정한다고 하지만 통일 부총리에게 부여할 수 있는 마땅한 권력자원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
일부에서는 제한적인 인사권 부여 주장이 있지만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조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서는 통일담당 부총리가 관련부처장관을 대통령에게 추천토록 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대통령이 통일담당 부총리에게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느냐,또 직위를 떠나 개인적으로 관계부처장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 인물을 등용하느냐에 따라 통일담당 부총리의 위상과 권한이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통일담당 부총리의 위상정립도 그렇지만 6공출범이후 문공부가 문화부와 공보처로 확대개편되고 환경청이 환경처로 이미 승격된 데 이어 통일원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됨으로써 방만해진 정부조직이라는 비난을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셈이다.
6공정부는 당초 이같은 확대개편을 상쇄하기 위해 동자부와 상공부를 통합하고 산림청과 항만청을 농림수산부와 교통부로 각각 통합시킬 계획이었지만 흡수통합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
정부는 사실 이라크사태가 발발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자부를 상공부로 흡수통합하는 기구축소안을 통일원장관 부총리 격상안과 동시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했던 중동사태로 동자부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앞으로 이같은 에너지파동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동자부는 현행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동자부측 논리가 먹혀들어 동자부 폐합안은 철회.
특히 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건설부 직원들이 집단항의시위를 벌이는 충격적인 사태가 돌발함으로써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정책부서에서조차 조직의 축소개편은 당분간 없었던 일로 하라고 내각에 지시해 기구축소 의지가 크게 꺾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당국자는 행정개혁위원회의 건의가 있은 직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였어야 했으나 해당부처들의 반발에 굴복,축소는 뒤로 미룬 채 확대개편만 추진함으로써 행정개혁 성공의 최대 관건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6공정부가 출범초부터 줄곧 표방해오던 「간소하고 작은 정부」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으며 오히려 출범당시보다 덩치만 커진 방만한 정부조직만 낳게 됐다.
특히 최근들어 외무ㆍ보사ㆍ재무부 등 14개 부처들이 저마다 기구확대를 위해 기구의 격상ㆍ기구증설을 골자로 한 직제개정을 한꺼번에 요구하고 있어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각 부처의 요구대로 기구확대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3급이상 고위직급의 경우 철저한 상계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단기일내에 급작스런 기구팽창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하부조직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증원과 보강을 해주지 않을 수 없어 결국 조직의 확대팽창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같은 조직팽창을 막기 위해서는 각 부처가 관료적 행태에서 탈피,조직내의 유휴분야를 과감히 도려내고 기존의 기구및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사무자동화와 전산화 등으로 행정의 전문화를 꾀해야 하며 대폭적인 권한 위임위탁을 통해 인력수요를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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