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항복」없인 협상 불투명/중동사태 돌파구 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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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면초가 이라크 일단은 한발후퇴/「철군」언급없어 중재수용여부 의문
강경일변도로 치닫던 이라크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대서방협상 의사를 표명,중동사태의 새로운 국면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은 당초의 쿠웨이트주재 외국공관들에 대한 강제폐쇄 방침에서 후퇴한데 이어 25일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외교적 협상제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서방국들과 대화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후세인이 이처럼 태도를 바꿔 「성의」를 표해가며 협상의사를 밝히는데는 몇가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지난 25일 유엔안보리의 무력사용 승인결의안 통과가 이라크에는 결정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소련과 중국이 이 안보리 결의안에 동조하거나 사실상 동의했다는 것은 이라크에 한층 위기의식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또 쿠웨이트주재 서방국 대사관들의 집단적인 공관폐쇄 거부로 더욱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하게 됐다.
68개 공관중 이라크의 철수명령에 응한 곳은 필리핀 등 4개국에 불과했으며 소련조차도 『대사관 문은 닫되 쿠웨이트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공관폐쇄문제는 오히려 이라크의 대외입장만 약화시킨 결과가 됐다.
이라크는 이밖에도 계속 강화되는 경제봉쇄 및 특히 이라크군내에서 개전이후 벌써 두차례나 반후세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서방 정보소식통들의 분석처럼 안팎으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여러가지 국내외 압박외에 미국이 날로 중동군사력을 증강,기존방어 태세에서 공격자세로 이라크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이라크가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진정으로 협상을 통해 양보를 보일 것이냐는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이라크의 협상모색 속셈은 후세인이 협상을 거론하면서 시간벌기에 있다는 것이다. 후세인은 지금까지 결코 쿠웨이트로부터의 철군 요구 수용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이스라엘 중동문제연구소의 라지르 수석연구원은 『후세인은 절대로 쿠웨이트를 포기 안하려 들 것』이라며 『협상제의는 버티기전략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서방측의 의심을 대변하고 있다.
이라크의 협상태도 표명에 대해 미국등은 극히 냉담한 반응이다.
부시대통령은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선쿠웨이트 철군」이 없는 한 어떤 제안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백악관 안보담당 스코크로프트보좌관도 이날 『(후세인의 제안은)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협상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이처럼 단호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미국은 이번 기회가 후세인 제거의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입장에서 후세인이 계속 「살아남을 수」있는 협상에 응할리가 없다.
미국은 또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국제적인 영향력에 있어 소 중을 완전히 제압하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주도로 후세인을 완전굴복시킬 경우 확실한 「중동거점」확보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강공을 풀리가 없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시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으며 이에 따라 부시행정부가 강경자세를 계속 고수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후세인 역시 파멸 또는 자신의 실각을 의미하는 쿠웨이트 철군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중동사태는 쿠웨이트 강점을 굳히려는 이라크의 속셈과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맞부딪치고 있어 어느 한쪽의 굴복없이 협상을 통한 해결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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