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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글 쓴 나도 서울대 논술 자신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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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 역시 요즘의 서울대 논술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명색이 50년 동안 글을 썼다는 나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 시험엔 자신이 없다. 세상에 글쓰기의 전범이 어디에 있느냐. 글쓰기의 틀은 또 무엇이냐. 백 사람이 글을 쓰면 백 개의 글이 다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 이와 같은 시험 제도는 글쓰기를 감금상태에 몰아넣는 짓이다."

원로 문학평론가인 이어령(사진)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서울대 논술시험을 거론하며 현행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본지 인터뷰에서 "획일화한 글쓰기 교육이란 도도한 광풍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그는 "요즘 대학 논술시험 문제들이 너무 어렵다"며 현행 논술제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 전 교수는 이어 "제 생각을 쓰는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며 "남의 생각을 자꾸 내 글에서 쓰려고 하니까 좋은 글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제 생각이 있는 것이고 중요한 건 그걸 자신있게 밝히는 용기"라며 "제 생각이 없으면 감히 없다고 쓰고, 아무리 바보 같은 생각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충실히 옮겼다면 좋은 글의 자격을 갖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교수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따위의 기술은 세 시간이면 족히 배우는 것"이라며 일선 학원에서 글쓰기 요령을 가르치는 요즘 논술 입시 풍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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