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한국관 바르게 심는다|단대, 미에 아시아 문화연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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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학 중심의 동양학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국내의 자료와 학문성과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게될 국내 대학의 연구소가 처음으로 미국에 설치된다.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미국 등의 관련학계와 문화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태동중인 화제의 연구기관은 단국대 아시아 문화연구소.
이 연구소는 다음달 5일 미국 오리건주 애시랜드시에서 2백여명의 재미 동양학자와 주지사·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갖고 본격활동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장충식 단국대 총장은 개소식 참가를 위해 28일 현지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 연구소는 미·중·일 국적의 학자를 포함, 20여명의 의욕적인 소장학자들을 상임연구원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71년 단국대와 자매 결연한 남 오리건 주립대와 공동으로 한국의 예술·문화·정치·경제·역사 등에 관한 세미나·강연회가 연중개최 되며 한국사·한국경제론 강의도 남오리건 주립대에 공동으로 개설된다.
또 미국내 고교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의 심각성을 감안, 교과서 편찬자 초청학술회의·영문 한국사 출간·미학자 초청 국내 현지답사 등의 능동적인 대응과 함께 미 학계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3년간 대대적인 국내외 문헌 수집 작업도 벌인다.
이 연구소외에도 현재 미국 내에는 20여개의 동양학 연구소가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을 중심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한국은 주변적인 관심영역으로만 삼아왔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미국내 한국학은 국내학계가 소외된 가운데 주로 일본학자의 연구성과와 일본 문헌에서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던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한국학이 일본학내지 중국학의 아류라는 그릇된 인식 틀에 갇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왜곡·편향된 것은 바로 이 같은 구조적 모순 때문이었다.
아시아 문화 연구소는 진정한 한국학의 부재, 미국 내 고교 교과서 한국사 왜곡사건으로 상징되는 왜곡된 한국관을 함께 시정하기 위해 설립이 추진돼 왔다.
창설과정을 주도해온 장 총장은 『미국내의 잘못된 연구 풍토와 연구자들의 일본 편향성은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올바른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우리학계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한국문화가 중국·일본과 분명히 구분되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연구소의 활동목표』라고 밝혔다.
국내학계에서는 연구소의 활동여하에 따라 보수적인 미 학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소 이사진은 장 총장 등 단국대 관계자 3명을 비롯, 전 남 오리건 주립대 총장인 사오박사, 퇴계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일본의 고 야소카 교수의 미망인 호소키 여사 등 5명.
설립자금은 3천여 재미단국대 동문의 성원과 10만 달러를 기증한 호소키 여사 등 한국을 깊이 이해한 외국인사들의 도움으로 대부분 충당됐다.
단국대 측은 후원자들이 면세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현지에서 비영리법인 등록 수속을 밟고 있다.
장 총장은『연구소의 젊은 연구진은 기존의 대가들이 범하고 있는 오류와 편견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한편 국내외 연구성과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교류 창구역을 맡게 될 것』이라며 『제3국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언어학 등 비정치 분야의 남북 학술회의도 개최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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