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와 영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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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는 내년부터 2백명의 중학생에게 영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주일에 한,두차례씩 개별지도를 하는 사사제다. 글쎄,그런 방식으로 영재가 제대로 만들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궁금한 일은 무슨 기준으로 영재후보를 가려내느냐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중학교 재학생은 자그마치 2백30만명이나 된다. 그중에서 2백명을 어떻게 골라낸다는 말인가.
영재교육은 반드시 하긴 해야한다. 우리나라 학교처럼 공장에서 양은 냄비 찍어내듯 하는 교육제도 아래서는 보석이 있어도 빛을 내기 어렵다.
사람은 생긴 모양대로 저마다 적성이나 재능이 천차만별이다. 그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특수재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 분명 눈부신 영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객관식 교육」 방법으로는 그런 영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어떤 학자는 그것을 「오리교육」이라고도 비판한다. 오리는 무엇하나 제대로 잘하는 것이 없다. 조금 걷고,조그 헤엄치고,조금 날고 하는 것이 전부다. 봉황의 새끼가 있어도 오리교육으로는 오리밖에 될 수 없다.
동경대학의 수학시험은 틀린 답도 더러는 점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비록 정답이 아니라도,그 답을 푸는 과정이 논리적이고 성실하면 정답의 70∼80%를 인정해 준다. 바로 주관식 교육의 장점은 그처럼 결과만이 아니고,결과에 이르는 과정까지도 평가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은 문제의 답에 이르는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정답만 찾으면 그만이다. 정작 답을 모르는 사람도 요령이나 연필 굴리기로 정답을 찾는 수도 있다. ○×식의 맹점이다.
문교부는 괜히 영재교육 하는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교육의 근본을 바로 잡는 일부터 해야 한다. 먼저 학교의 요구나 특성에 따라 입시제도를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중고등학교가 똑같은 입시방법에 의해,똑같은 학생을 뽑고,또 똑같은 교육으로,똑같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영재적인 교육방식이다.
민주교육은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하지 않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고,다양한대로 교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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