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묻지마' 개성공단 … 심사도 안 거친 729억 거액 대출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성공단 관련 거액 대출이 은행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없이 이뤄졌고, 공단에 진출한 일부 기업에 대해선 사실상 신용대출이 일어났던 사실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도 개성공단의 여건은 열악하다고 산업은행은 평가하고 있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 심사도 안 받은 거액 대출=남북협력기금은 수출입은행의 심사보고서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지원협회'에 2004년부터 올해까지 관리운영비로 225억원을 대출했다. 또 한전의 전력시설 지원사업에 353억원(총사업비 2600억원), KT의 통신시설 지원사업에 151억원(748억원)이 대출됐다. 세 건 모두 통일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 대출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경제적 타당성이나 상업성 등의 검토와 심사가 이뤄진 뒤 대출해야 하는데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운용관리규정의 단서조항에 따라 수출입은행의 심사 없이 대출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 "개성공단엔 묻지마 신용대출◆ "=산업은행이 개성공단에 진출한 9개 업체에 대출한 금액은 128억여원. 이 대출에 대한 담보는 개성공단의 토지사용권과 건물이다. 하지만 담보가액은 아예 적혀 있지 않았다. 담보가치가 '0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로만손 컨소시엄과 아이보리 등 9개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남북협력기금의 대출조건을 갖추지 못해 거절당했던 업체들"이라며 "산은은 이런 업체들에 아무런 채권보전 조치도 없이 128억여원을 사실상 신용대출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산은의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한 여신취급지침'도 도마에 올랐다. 지침 19조는 '북한 진출 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득이하다고 인정된 사항에 대해선 취급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규정한 면책조항이다. 이 의원은 "이 조항이 '묻지마 신용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비장의 무기"라고 꼬집었다.

◆ 개성공단의 열악한 여건=산은이 작성한 '개성공단 진출 기업 애로사항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통행.통신.통관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 측 인력은 북한이 초청해야만 방북할 수 있고, 인터넷과 이동전화 사용은 북한의 반대 때문에 불가능하다. 개성공단 내 남북한 직통 전화선은 300개뿐이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 쪽으로 반출하는 절차는 해외 수출 때보다 복잡하고 컴퓨터 등 첨단기계 장비 상당부분이 전략물자 반출 통제품목에 포함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것만 놓고 보면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과 베트남보다 훨씬 나쁜 여건이다.

◆ "간첩 재범 우려자가 남북협력기금 지원받아"=법무부는 지난해 10월 D사의 남북경협사업자 승인을 반대한다는 공문을 통일부에 보냈다. "이 회사 대표 이모씨가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피보안 관찰자여서 남북경제협력 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재차 간첩활동을 하는 등의 재범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통일부는 법무부 의견과 달리 D사를 남북경협사업자로 승인했고, D사는 남북협력기금 3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