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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반쪽 제주특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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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주도 국제 자유도시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법안이 국회만 통과하면 제주도가 세계적인 자유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외국인이 제주도의 관광시설에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때마다 카지노를 허용하고, 국제고등학교도 설립한다는 희망찬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작 핵심적인 항목이 쏙 빠졌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국제적인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면서 관광단지가 들어설 땅 문제를 슬쩍 비켜갔다. 토지 수용에 관한 내용을 명문화하지 않은 것이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사업만 해도 휴양용 주거단지(70만평).생태신화역사공원(1백48만평).중문관광단지 2차지구(40만평) 등 모두 대규모 토지가 필요한 것들이다.

앞으로 제주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땅 주인들과 일일이 협상해 땅을 살 수밖에 없다.

땅 주인들은 땅값을 높게 부를 게 뻔하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들이 엄청난 땅값을 물고 제주도 개발에 선뜻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 결과는 제주도 개발 계획이 무산되거나 아주 늦춰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꼬인 데는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과 여기에 굴복한 정부의 무소신이 깔려 있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추진단 관계자는 "제주도 개발을 위해서는 토지 수용이 불가피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강해 협의를 통한 매수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에서는 토지 수용을 명문화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까지 만들어 제주도를 국제적인 자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던 제주도민들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느라 개발계획 자체가 무산될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김종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