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전선동원될까 불안/이라크전쟁 전야 일 기자 최초 현지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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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후세인,국민들에 물자절약 호소/외국인에 물건 안파는 상점 늘어
이라크정부의 「외국인 인질화 선언」으로 긴박감이 더해가고 있는 18일 일본신문들은 바그다드 현지르포와 전화취재등을 통해 「전쟁불안에 휩싸여 있는 열사의 나라」를 생생하게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6일 재개된 암만∼바그다드 정기항공편에 일본기자로서는 처음으로 탑승에 성공,바그다드 현지표정을 생생하게 알려왔다. 다음은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내용.
외부세계와 단절상태를 계속하고 있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요소요소에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을 제외하곤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단지 8년간에 걸친 이란­이라크전쟁에서 해방된 지 얼마 안된 국민의 마음속에는 전선에 동원되지 않을까,또는 전투가 언제 개시될까의 무거운 긴장감에 눌려있는 듯한 표정이다.
약 3백석의 이라크항공기는 오랜만에 재개된 탓인지 만원이었다. 쿠웨이트 침공으로 국경이 폐쇄된 이후 발이 묶인 이라크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란­이라크전쟁의 정전상태를 감시하고 있는 유엔감시군 15명도 동승했다.
바그다드공항부터 시내까지 뻗은 고속도로 연변은 평온한 전원풍경 그대로였다.
관청등 중요시설에는 병사의 모습은 있지만 임전태세라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관은 차가 막히는 것을 정리하기에 바쁜 모습이었고 차들 틈을 물건사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기에 분주했다.
한낮의 열기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길거리에 의자를 늘어놓고 담소하거나 라디오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라크사람들이 중동의 긴박한 정세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았다.
식량부족은 아직 심각하지 않지만 물가가 점차 오르고 있다. 전선에 동원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후세인대통령은 경제봉쇄,미군등의 군사력증강에 대해 국민의 정신적 동원을 부추기려는 듯 『사치는 타락한 서방사회의 표본』이라고 물자절약을 호소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호텔에서 화려하게 열리던 호화결혼식도 자취를 감췄다.
한편 동경신문이 일본상사 바그다드주재원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전하는 이라크 표정은 외국인에 대한 이라크국민의 반감과 공포감을 그대로 전했다.
한 일본주재원은 『날로 시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일용품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테크라는 한 의료 컨설턴트회사 부소장 고토(후등)씨는 『외국인에게 물건을 팔지 않는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심각한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동경신문이 전한 일본주재원과의 통화내용.
바그다드시내에서 쌀ㆍ비누 등 식료품이나 일용품은 배급제가 되고 있으며 정부발행의 쿠퐁이 없으면 외국인은 살 수 없다.
대외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집트인에 대해 더욱 나쁘다. 지금까지 일본인이나 서구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걱정되기 때문에 오후 7시이후에는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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