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칠레 인권단체 연대위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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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카리아 데 솔리다리다드(Vicaria de Solidaridad·연대위원회).
칠레 카톨릭의 유명한 인권단체 이름이다. 이 인권단체는 해방신학의 기초 공동체들과는 구성·활동내용 등을 전혀 달리하는 교회의 「현실구원」활동을 전개,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서방 세계에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단체다.
칠레의 연대위원회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연대의식을 고취, 변방으로 밀려난 민중을 구원하는 교회의 진보적인 사회참여와 현실구원에 하나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연대위원회 의장 발레쉬 몬시뇰(거물신부들에게 붙이는 경칭)은 「칠레판 5공 청산」인 피노체트 16년 군사독재의 인권탄압 진상규명을 강조, 취재팀에 묘한 연상을 떠올리게 했다.
위원회 창립자는 몇 해전 선종한 전 산티아고 교구장 라울실바 추기경.
실바 추기경은 사회주위를 지향하는 진보적인 중남미 카톨릭 주교들과는 달리 좌우 어느 쪽과도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중도적 입장이었다. 그는 브라질의 아른스 추기경처럼 「나라망신」을 시킨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는 물론외국에 나가서도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인권탄압을 계속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같은 실바 추기경에 대한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비방과 매도는 라틴 아메리카 카톨릭교회들로 하여금 정치현실에 새로운 관심을 갖도록 자극했고 온건한 많은 성직자들을 「진보파」로 한발 내딛게 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마르크시즘과 극우 파쇼를 언제나 일관되게 비판해온 실바 추기경이 앞장서 75년 초 구성한 연대위원회는 아옌데 정권전복(73년) 후 투옥된 수천 명의 하위계층출신 정치범들의 법률적 구조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급식사업을 전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칠레 국민들은 피노체트 정권 아래 비밀경찰(DINA)에 의한 혹독한 탄압을 받는 절망적인 세월동안 정치범·무의탁자·실업자·빈민들의 권익을 위해 떨쳐 일어선 유일한 민간단체였던 연대위원회를 영원히 잊지 못한다.
칠레의 유명한 야당 지인 포르틴지의 한 간부 언론인은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투쟁은 카톨릭 성직자들이 주축을 이룬 비카리아 때문에 가능했다』며 『비카리아의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은 길이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고 취재팀에 증언해 주었다.
피노체트 정권 l6년 동안 반독재투쟁과 인권보호의 기수였던 이 위원회사무실(산티아고 시내 중심부인 플라자 데 아르마 옆 주교파 성당 내 소재)을 찾아 위원회 의장 겸 산티아고교구부교구장인 발레쉬 몬시뇰을 만나 그 동안의 인권 투쟁 과정과 앞으로의 활동방향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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