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5공 비리」에 “경종”|이창석씨 실형·법정구속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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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피고인을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선고와 동시에 법정 구속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1심의 집행유예 판결 후 여론의 비난이 상당했던 점을 미뤄볼 때 이피고인의 구속은 1심 판결에서 물려난 5공 비리사건 관련피고인들에게 큰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피고인의 경우 실형선고에 그치지 않고 법정구속과 동시에 30억 원이나 되는 벌금에 대해 가납을 명한 것은 가벌성에 대한 재판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같은 재판부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관련 경찰고위간부 4명에 대한 무죄선고는 사안자체가 5공 말기를 재촉, 「6월 항쟁」을 끌어냈던 사건이란 점에서 은폐·축소혐의와 직무유기를 좋게 해석한데 따른 일부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이들 경찰간부들은 박군 고문치사행위에 직접 가담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지휘책임 등으로 도덕적·윤리적 비난의 대상은 될지 몰라도 형사처벌대상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법조계의 의견이 처음부터 제기됐었다.
◇이창석 피고인=지난해 4월 28일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피고인은 항소 이유서를 통해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주)동일의 용접 및 하자보수공사비와 부가가치세의 과다 계상에 의한 조세포탈은 단순한 조세전가 및 회피행위에 불과하고 포탈의 범의(범의)가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세금을 부당 공제 받은 이상 사후에 세금전액을 납부했다 해도 부당 공제 자체가 조세포탈의 범의로 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양측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검찰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피고인은 지난해 4월 28일 석방될 당시 1백61일의 형을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 2년1개월 여 동안 수감생활을 다시 하게 되며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하루 3백만 원씩 환산해 1천 일을 추가로 살아야 한다.
◇강민창씨 등 무죄선고=재판부는 강씨의 직무유기 부분에 대해 『강씨가 당시 치안총수로서 부하직원에 의해 발생한 중대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라는 직무를 버린다는 적극적 인식을 가지고 직무·직장이탈 등 확정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이는 직무 유기 죄가 일본 등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나라 형법에만 규정돼 있는 죄목으로서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관례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또 직권남용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박군 사체부검의사인 황적준씨에게 부검소견을 고치도록 직접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황씨의 증언으로 보아 강씨가 치안본부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황씨의 의사로서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박처원 전 치안감 등 3명의 경찰간부에 대해 적용된 범인 도피죄 부분에 대해서는 『박씨가 당시 치안감의 자리에 있으면서 고문경찰관이 2명이 아니라 5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는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편 치안본부는 강씨를 제외한 경찰간부 3명의 복직 여부와 관련, 유정방씨(52·전 대공수사2단 5과장·경정)와 박원택씨(50·전 대공수사2단 5과 2계장·경정) 등 2명은 무죄가 확정될 경우 복직이 가능하다고 17일 밝혔다. <김석기·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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