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중동사태 「힘의 해결」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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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라크 숨통죄기보다 「스스로 철군」유도
소련정부 및 언론들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병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그러나 소련은 대 이라크 제재조치가 상대방의 숨통을 죄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적절한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련 관리 및 언론인들은 이라크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소련도 대 이라크 제재에 동조하지만 무력에 의한 제재는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노보스티 통신이 중앙일보에 보내온 중동사태를 보는 소련의 시각에 대한 특별기고다.<편집자주>
【노보스티 본사특약】 이번 중동사태가 아랍세계와 국제원유에 미치는 영향,대 이라크 제재 및 소련이 취할 태도 등에 관한 토론회가 최근 노보스티 통신 주최로 모스크바에서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외무부 관리인 겐나디 일리체프는 최근 발표된 소련정부의 성명과 미 소 공동성명에 소련의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성명에 따르면 소련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및 점령을 명백한 「병합」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소련은 힘에 의한 사태해결을 반대하며,중동의 위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입각,정치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련은 이라크가 소련의 경제,과학,기술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고려할때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에 선뜻 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고 『따라서 소련은 이라크와 거래를 맺고 있는 소련 기업체들과 면밀한 협의를 거친 뒤 소련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즈베스티야지의 콘스탄틴 게이반도프는 아랍국가들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취한 입장에 실망을 표시하고 『최근의 사태가 아랍­이스라엘간의 갈등을 덮어가림으로써 이스라엘에는 아랍세계에 대한 선전과 정치적 주장의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국제법 전문가인 레오니드 슈키아넨 샤레드는 게이반도프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안보리의 결정은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에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공동체의 이익과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의 규범을 넘어서 개별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소련은 국제법과 질서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ㆍ경제적 이익을 비롯,다른 이익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소련의 입장이 『명백하며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소련 군사정책전문가 파벨 바예프는 『이라크에 대한 제재들은 이라크의 숨통을 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그다드로 하여금 적절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리체프는 『지난 72년 소련이 이라크에 대해 체결한 상호간에 매우 유효한 우호협약이 깨질 전망은 아직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적극 지지해야할 제재들은 바그다드와의 모든 관계들을 단절시키자는데 있지는 않다』며 이때문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대화의 창구를 남겨 놓자는 것과 사태수습을 돕기 위해 서로의 방문과 협상교환을 배제하지 말자는 두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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