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커누 천인식 박차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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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물 속에 빠질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 비 인기종목인 한국 커누의 흥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입을 모아 외치는 북경아시안게임 금에의 힘찬 결의는 폭염 속에서도 오싹함을 느낄 비장감을 준다.
집념과 투지로 불꽃튀기는 날카로운 눈매, 야구 글러브를 연상시키는 억센 손아귀에는 이미 아시안게임 처녀출전 커누의 금메달이 움켜져 있는 듯하다.
천인식(22·한체대·우)-박차근(24·상무)조.
총13개의 금메달이 걸린 커누에서 한국이 「확실한 금 둘」을 다지기 위해 내놓은 카약 2인승 경기(5백m·1천m)의 히든카드다.
이들은 얼마전 미사리에서 가진 자체 평가전 5백m에서 중국의 린웨화-이양큐 조가 지난해 11월 제3회 아시아선수권대회(인도네시아)에서 우승하며 세운 1분44초93보다 무려 6초나 빠른 1분38초대를 기록,
관계자들에게 보랏빛 희망을 안겨주었다.
비 인기종목인 커누를 묵묵히 지원해온 신태호 회장은 이에 크게 고무돼 북경대회 우승자에게는 승용차 지급을 약속하는 등 각종 포상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레이스 종반 힘이 부치는 약점이 있지만 스타트 순발력은 단연 아시아 최고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공문필 대표팀 감독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중국과 일본이 절대 강세인 여자종목과 캐나디언 커누에서는 금메달을 바라볼 수 없어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호흡일치가 필수요소인 점을 감안, 찰거머리 같이 늘 붙어 다닌다는 천인식과 박차근은 북경대회 제패의 그날까지 웃음마저 유보했다며 오늘도 금빛물살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글 유상철 기자 사진 김진석>
▲천인식=68년 3월 5일 경남 충무 산, 해양고→한체대, 89 아시아선수권 카약 1인승 1천m 1위
▲박차근=66년 7월 18일 대구 산, 영남공고→대구대→상무, 89 아시아선수권 카약 2인승 1천m 1위·89 아시아선수권 카약 2인승 5백m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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