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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자연유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의사선생님, 왜 이렇게 저는 자식운이 없을까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얼마 전 자연유산으로 첫 임신에 실패한 여성이 울음과 함께 하소연을 해왔다.
그녀는 실망감과 함께 심한 우울증에 빠져버렸는데 자신의 잘못이 아니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비정상아가 태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니 그제서야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보통 자연유산이라함은 임신 20주전에 저절로 유산되는 경우를 말한다. 임산부들의 15∼20%가 자연유산을 겪게 되는데 이는 임산부에게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기 유산된 태아는 대개 비정상일 경우가 많으므로 실망보다는 다음번에 건강한 아기를 가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태아가 자연 유산되는 원인은 복잡하고 불명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원인을 크게 나눠보면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유전적인 이상이다. 임신 13주 이전에 유산되는 경우의 약 50%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태아의 염색체 구조라든지, 숫자가 비정상적인 경우다.
두번째는 모체건강의 이상이다. 임신14주에서 26주 사이에 자궁경부에 무력증이 생겨 분만 이전에 자궁이 열려버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이나 자궁 및 주위기관의 염증 때문에 유산되는 수도 있다. 또 산모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어 유산되기도 한다.
세번째는 임산부의 음주·흡연·약물복용 등 생활 태도로 인한 유산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여성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도 꽤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여성이 일과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 일을 한 탓에 유산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또 임신 초기에 성생활을 했기 때문에, 혹은 사소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든지,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유산되었다는 것도 대부분 잘못된 얘기다. 임신 전에 피임약을 복용했던 것도 유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입덧을 유달리 심하게 했는데 그 때문에 유산된 것이 아닐까요』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심한 입덧은 오히려 유산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지, 유산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유산의 증세는 일단 출혈을 보이고 하복통·요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단 유산이 되면 사후처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즉 불완전 유산일 경우 소파수술로 자궁을 깨끗이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을 13주 이상 지속했다가 유산하면 모유가 나올 수 있으며, 유산 후 2주가 지나면 배란이 될 수도 있다.
여성이 한번 정도 유산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또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서너번 유산이 거듭되어 습관성을 보이면 의사와 상의해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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