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에너지절약 계기로/방만한 소비에 대한 경고 삼아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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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빚어진 국제원유시장의 수급불안및 가격상승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현지 사태가 유동적이고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 파장이 얼마나 크고 길게 이어질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이미 나타난 사실만도 배럴당 16∼18달러선이던 국제원유가가 한꺼번에 21∼23달러로 치솟고 쿠웨이트로 원유를 실으러 들어갔던 배들이 선적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우리는 1,2차 석유파동을 교훈 삼아 정부나 정유회사들이 물량확보에 힘을 기울여왔고 석유사업기금 비축으로 가격상승에도 대비해온 만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단기 사태에는 신축적으로 대응할 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량면에서 현재 수송중인 원유를 포함,1백일분이상의 비축이 있고 가격면에서도 비축물량이 싼 값에 들여온 것인 데다 석유사업기금을 가격보전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당분간은 국내유가를 올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는 당국자의 설명이다.
연내에 국내유가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정부의 장담도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기적 분석에 불과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태는 그렇게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7월27일의 OPEC 원유공시가 인상이 보여주듯이 산유국들이 유가를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같이하고 있고 이번 중동사태도 그 배경에 유가인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원유가 상승은 불가피한 추세로 보인다.
이런 전망을 앞두고 심각한 문제는 절제를 모르는 국내의 석유에너지 과소비 행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총 에너지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7년만 해도 43.7%이던 것이 올해에는 53.9%로 늘었다. 특히 최근의 석유소비는 가위 절도를 잃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여서 올들어 5월까지 22.9%의 증가율을 보였고 그중 휘발유는 33%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소비행태로 과연 앞으로 유가상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의 에너지 소비를 10% 줄인다는 목표아래 에어컨 가동,엘리베이터 운행 등을 규제하고 일반국민의 소비절약운동을 유도하리라고 한다.
또 올해에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새로운 사태변화가 없는 한 에너지 가격인상을 유보하되 내년부터는 소비규제 차원에서라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 한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의 조치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가지고 에너지 절약에 힘을 모아 잠재적 위기에 미리 대비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등을 감안하면 소비절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비절약운동과 함께 그동안 소홀히해온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총 에너지 공급의 1.5% 수준에 불과한 화력이나 전혀 개발이 안되고 있는 태양열 이용ㆍ조력ㆍ풍력 등의 생활에너지화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싶다.
또 주택ㆍ사무실 등의 건축이나 가전제품ㆍ자동차 등도 에너지절약형을 개발,소비생활에서 생력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중동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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