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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탈선으로 가는 첫 단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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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청소년들의 흡연이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중요한 교육 문제로 다가섰다.
일부 문제학생에게 국한됐던 청소년 흡연이 어느덧 고교생사이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 돼 버린데다 여고생·중학생사이에서도 별로 「놀랄만한 것」이 아닌 일로 여겨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단계다.
범 사회적인 금연 추세에도 불구. 갈수록 넓고 깊게 번져가고 있는 청소년 흡연의 실태와 원인·해독성, 그리고 금연 지도 요령 등에 대해 알아본다.
◇실태와 원인=한국 금연 운동 협의회가 5월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중·고생의 흡연율은 88년에 67·0%(고3)∼11·4%(중1)이던 것이 89년에는 72·4%(고3) 14·2%(중1)로 높아졌다. 여고생 흡연율도 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량은 하루 5개비 이상이 중학생 54·1%, 고교생 48·6%로 조사됐고 특히 고교생 가운데는 하루 한 갑 이상의 「골초」도 6·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S고 김모 교사(43)는 『수업 중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이 담배연기로 자욱하고 변기에는 꽁초가 수북히 쌓인다』며 『흡연 학생이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적발·징계하기도 어려워 흡연하는 장면을 못 본체 할 때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흡연에 빠져드는 원인에 대해 연세대 이훈구 교수(심리학)는 『주위환경,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충동, 권위에 대한 반항심,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그릇된 영웅심리 친구와 어울리기 위한 방편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 등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하고『이런 저런 이유로 한번 흡연을 하게되면 마침내 니코틴 중독에 빠져 헤어나기 힘든 상습 흡연자가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해독성=흡연은 누구에게나 나쁘지만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는 특히 해롭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일순 원장은 『담배 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10%정도 저하시켜 그만큼 뇌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이에 따라 흡연은 한창 두뇌활동이 활발해야할 학생, 특히 수험생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거듭 경고하고있다.
김 원장은 또「상습 흡연 청소년들에게는 피로감·권태감·두통 등의 증세가 많이 나타나고 담배 연기로 인해 눈이 나빠지는「담배약시」의 위험도 크다』고 지적하고 『세포가 완전히 성숙된 어른들보다 세포가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이 담배내의 유해물질에 더 취약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위 중등교육과 김상동 생활 지도 담당 장학관은 『일단 담배에 손을 댄 학생들은 음주·약물복용·비행 등에도 쉽게 빠져들게 된다』며 『흡연은 탈선으로 가는 길의 첫 계단』이라고 단언하듯 분석한다.
◇금연지도 요령=자녀들 가방·책상 등에서 담배꽁초 등이 발견되거나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날 경우 『이럴 수가…』하고 흥분한다거나, 『요새 애들은 다들 이렇다는데…』하고 무심히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이럴 땐 조용히 붙잡고 앉아 흡연의 근본적인 동기가 무엇인가부터 정확하게 파악토록 해야한다.
서울 위생병원 이호심 건강 교육과장은 『호기심에서 한 두 차례 흡연하는 차원을 넘어 상습적 흡연인 경우 학업 및 진로문제·교우관계 등 뭔가 잘 안 되고 있는 욕구불만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자녀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 뒤 대화와 설득으로 흡연이 문제해결의 길이 아님을 깨우쳐 주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이미 담배에 중독돼 있는 상태라면 흡연의 해로움에 대해 충분히 타이르고, 그래도 안되면 ▲한국 금연 운동 협의회(794·8816) ▲한국 금연 학교(730-6774) ▲5일 금연 학교(244-0191) 등 전문기관의 협조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 금연 강좌를 마련해 놓고 있는 5일 금연 학교의 경우 매월 첫째·셋째일요일에 개강하며, 교육시간은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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