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친구들아, 공부하며 텃밭도 일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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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 있는 임실군 덕치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오종찬

"유학을 도시나 외국으로만 가나요. 자연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으로 오세요."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지역 대학 교수 등이 농촌 학교를 지켜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도시 학생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이다. 일명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다. 정서적으로 메마르기 쉬운 도시 아이들에게 마음속 고향을 심어주고 농촌 학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임실군 교육청은 내년 초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 누가 만들었나=김 교사와 임실군 교육청 장위현 교육장.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농촌 학교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이대로 가면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방과 후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돌리는 도시 교육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데 앞장서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경희대 정재헌(건축) 교수, 전주대 정진생(환경) 교수, 정상권(경영학) 박사, 전북도교육청 문창용 장학사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2월부터 매달 두세 차례 만나 열띤 토론을 벌인 결과 '농촌 교육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은 도.농 교환 학교'라는 답을 얻었다.

김 교사는 "도시 학생들에게는 자연 체험의 기회를 주고, 학생이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인 농촌 학교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 학교는 한 반이 30~40명이나 되지만, 농촌 학교는 5~10명에 불과해 눈높이에 맞는 개별 학습 지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섬진강변의 마암.운암 초등학교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진뫼.물우리 등 주변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실현 가능성을 탐구했다. 여기에 농촌형 영어마을인 '섬진강 글로벌 빌리지', 주 5일 근무시대의 도시 학생과 학부모를 겨냥한 '주말 산골 문화마당'을 아이디어로 보탰다.

◆ 어떻게 운영하나=농촌 유학 프로그램은 도시 어린이들이 임실군 내 학교에 6개월~1년간 머무르면서 오전에는 교과과정을 공부하고, 방과 후에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텃밭에서 오이.호박.상추 등 채소를 가꾸면서 논밭에 나가 농사를 지어 보고 주변 강과 산을 찾아 가재.송사리 잡기, 감자 구워 먹기, 산토끼 몰이 등 계절별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 농악 배우기, 들꽃 탐방, 향토문화재 견학 등 자연 속 문화기행을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1차로 초등생 50여 명을 모집해 김 교사가 재직 중인 덕치초등학교에서 우선 실시하고, 성과가 좋을 경우 20여 개 초.중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섬진강 글로벌 빌리지'에서는 외국 문화 및 영어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 영어 때문에 농촌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가는 것을 막고 도시 학생들이 오히려 농촌으로 찾아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 교육청과 임실군 교육청은 30억원을 들여 폐교인 운암중학교를 리모델링해 교육관.생활관.생활 체험 코너 등을 만들고, 원어민 교사를 배치해 방과 후 영어 교육을 전담한다. 퇴직 교육자와 국제결혼 외국 여성들도 강사로 적극 활용한다. '주말 학당'에서는 시인.소설가 등이 문학교실을 열고 도예교실, 모닥불과 시 체험, 섬진강 기행도 한다.

장위현 임실군교육장은 "도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학교마다 두세 채씩 있는 관사를 리모델링하는 한편 주변 마을의 빈집 수리, 또래 학생이 있는 집의 민박 주선에도 발벗고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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