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연극…꿈의 나래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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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쑥스러워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제 생각을 감정까지 섞어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북 남원시 주생초등학교 오아름(10.4년)양은 "앞으로 연기력을 더 쌓아 탤런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전북 전주시 진북동 전북학생회관에서는 '담배 때문에'라는 이색 연극이 공연됐다. 흡연의 해악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가족들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 연극은 전북 도내 초.중.고 생활지도 교사 6백여명에게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연극의 배우들은 주생초등학교의 2~6학년 어린이들. 너무 어려 대사나 동작을 소화하기 힘든 1학년생 18명을 제외한 64명의 전교생이 모두 참여했다. 전교생의 연극공연은 벌써 4년째다.

2000년에는 성교육 내용을 담은 '어린이 춘향전'을 무대에 올렸고, 2001년에는 형제간의 우애와 화합을 다룬 '흥부와 놀부가 만났을 때', 2002년에는 환경 문제를 다룬 '21세기 놀부전'을 공연했다.

이 학교의 교사.학부모들은 농촌학교 특성상 해가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자 '풀이 죽어가는 어린이들에게 연극으로 자신감을 심어 주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에 30분, 수업이 끝난 뒤 1시간씩 구슬땀을 흘리면서 연극 연습에 몰두했다. 신은영 교사 등 여덟명의 선생님은 연극책을 읽고 밤새워 토론하면서 연극 연구에 몰두했다. 2000년에는 전국 어린이 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해 최우수 창작상을 받기도 했다.

전교생 연극이 알려지면서 견학요청과 초청장이 잇따라 날아들고 있다.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은 '사고뭉치 놀부야, 제발'을 향토축제인 흥부제 행사 때 무대에 올렸다.

허현(54)교장은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지만 연극을 통해 대도시 학생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연극 뒷바라지'를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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