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민간 윤리운동…건강사회 초석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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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사회가 지금 계층적·지역적 갈등과 이 반의 심화로 결속력을 잃어 가고 있는 때에 우리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은 자생적 민간윤리운동이 힘차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YWCA가 시작한「바른 삶 실천운동」이라든지 전국적으로 3천 여명이 참가하는「기독교윤리 실천운동」, 서울대 교수 1백21명이 주도하는「사회정의 연구실천모임」등은 우리사회의 퇴락한 도덕성 회복을 스스로 맡겠다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운동은 도덕의 황폐화와 물량주의, 그리고 이기주의의 수렁에 빠진 현실에 감연히 도전해 밝은 가정·바른 사회 가꾸기, 절제와 분수 찾기, 퇴폐·향락병 고치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식개혁운동은 먼 과거를 들추지 않더라도 그 동안 수없이 전개되어 왔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운동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순수한 민간차원의 자발적 운동이라는 점과 우선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자기책임에 대한 확신과 자성의 바탕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구호가 아무리 번드르르하고 내용이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특정 이데올로기를 숨긴 채 가면을 쓰는 등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거나 운동주체가 부도덕한 경우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했음을 익히 보아 왔던 터다. 또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운동의 방법이 평화적이지 못하고 다중의 힘을 빌린 시위형식을 취한다면 요즘 우리사회의 병폐인 집단시위의 명목이 한가지 더 추가될 뿐일 것이다.
모처럼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윤리실천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 보기 좋은 장소에서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아 놓고 결의나 하는 형식적인 운동이 되어서도 안되고, 성급한 실적을 바라서도 안 된다. 국민의식 속에 깊이 박힌 고질적인 병폐를 도려내 우리사회의 도덕적 건강을 되찾게 하려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동수<대구시 중구 동인동3가 242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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