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바 단속시비(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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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단속나온 경찰관이니 빨리 문을 여쇼』,『심야영업단속 나왔다면 잘못 알았습니다. 영업끝난지 오래됐고 잠자는 종업원밖에 없습니다.』
일요일인 22일 오전4시쯤 서울 도곡동 「췌어」레스토랑.
평범한 레스토랑을 위장한 비밀호스트바라는 정보를 입수한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 8명이 출동한지 1시간30분이 지나도록 출입문밖에서 문열기를 거부하는 종업원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와장창­』
이윽고 참다못한 경찰관들이 출입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게 장식된 1백평규모의 실내에는 8개의 테이블과 4개의 밀실이 갖춰져 있고 한쪽에서는 귀공자풍의 20대초반 남자호스트 3명과 역시 20대인 여자손님 3명이 술을 마시다 들이닥친 경찰관을 보고 놀라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작동되는 전자 개폐식 2중출입문 안쪽에서는 10대를 포함한 남자접대부가 여자손님을 상대로 교태를 부리며 술시중을 드는 희귀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1시간쯤 후 서초경찰서 형사계.
『남자들을 위해 술과 여자접대부를 제공하는 룸살롱은 수없이 많지만 단속대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자가 남자접대부와 술을 마시는 것이 왜 죄가 됩니까.』
연행돼 조사를 받는 여자손님 3명과 호스트 8명의 항변이 위압적 분위기속에서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그럼 술집마담과 접대부는 물론,가정주부까지도 단골로 와서 나이어린 남자의 성적접대를 받는 것이 과연 별일이 아니란 말이오.』
호스트바단속이 남성위주의 유교적윤리관에 의존한 편파단속이라는 연행자들의 항변에 경찰은 사회윤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을 처벌할 뚜렷한 법적근거를 찾지못해 고민해야 했다.
여자에게만 적용되는 「윤락행위방지법」이나 업주에게만 적용되는 「식품위생법」 등으로는 이들의 탈선을 다스릴 수 없었다.
결국 여자손님과 남자접대부들은 「성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염병예방법 위반이 적용돼 즉심에 넘겨져 구류 5일씩을 받았다.
호스트바 단속은 우리사회가 지켜온 전통적가치관이 법과 현실로써 부정당하는 세태에 의해 시비거리가 되고 있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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